<확대경>골밑 맞대결 中大 "작전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모든 스포츠는 「준비」와 「과정」이 승부를 결정한다.
농구에서도 양팀의 전력이 백중할 때는 좀더 세밀한 부분까지 꼼꼼히 준비하고 그 준비대로 실수없이 경기를 끌어가는 팀이 승리하게 된다.
고려대-중앙대전은 피차 너무나도 잘아는 상대끼리의 대결.
전력상 고려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중앙대가 고려대의 「천적」(?)대접을 받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중앙대는 센터 플레이어를 안병익(安炳益)1명만 기용하는 「싱글포스트 시스템」을 즐겨 구사한다.대신 슛 성공률이 높은 김영만(金榮)과 양경민(梁庚民)을 양날개로 기용해 줄기차게 외곽공격을 퍼붓는다.
현주엽(玄周燁).전희철(全喜哲)등 2명의 센터 플레이어를 골밑에 붙박이로 기용하는 고려대는 계산상 중앙대와의 외곽 전력에서 4-3으로 불리하다.全과 玄이 중간거리에서의 공격이 뛰어나므로 0.5점 정도 만회하는 점이 위안거리일 뿐.
그러나 12일 대결에서 중앙대는 그동안 후보로나 기용하던 2m2㎝의 1년생 센터 박도경(朴塗暻)을 안병익과 더블 포스트로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박도경은 현주엽을,안병익은 전희철을 상대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특히 박도경은 전반에만 4개의 파울을 기록했지만 현주엽의 리듬을 무너뜨려 자신이 마크하는 동안 3개의 파울을 범하도록 유도했다.후반 6분을 남기고 5파울로 아웃당한 玄이 끝까지 버텨주었다면 고려대가 연장전까지 끌려가 9점차의 패배 를 당하지도않았을 것이다.
박도경과 안병익이 로 포스트(골밑 가까운 지역)를 지키는 콤비네이션은 중앙대가 고려대전을 앞두고 준비해 두었던 필승의 카드였을 것이다.높이는 갖췄지만 수비력이 처지는 朴이 부담스런 전희철과 마주치는 순간을 최소한으로 줄인 「스위칭 (바꿔맡기)」은 맨투맨 수비의 교과서와도 같았다.
중앙대는 2차전을 건짐으로써 궁지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중앙대에는 김영만과 콤비포를 이루는 양경민이 오른쪽 약지골절로 슛감각이 악화됐다는 불안요인이 상존한다.12일 던진승부수를 다시 내놓을 경우 고려대가 다시 넘어가줄리도 만무하다. 수수께끼 속의 3차전.승리의 길은 시간 속에 숨어 있다.승리의 여신은 준비를 위한 시간을 양팀에 똑같이 나누어주었으므로. 許珍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