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 1기 26명 발표 … 박원재 첫 태극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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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3초 박지성’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의 경쟁 상대는 ‘초롱이’ 이영표(31·토트넘 홋스퍼)다.

 지난해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우며 ‘영일만의 태양’으로 떠오른 박원재(24). 그가 허정무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50명의 국가대표 예비 명단 중에서 박원재 등 26명을 추려 발표했다. 이들은 30일 칠레와의 친선경기, 2월 6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1차전에 출전한다.

 허 감독은 큰 폭의 세대교체를 감행했다. 지난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23명 중 18명을 제외했고, 8명을 대표팀에 첫 발탁했다. 그중에서도 선두 주자가 박원재다.

 박원재가 ‘3초 박지성’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우선 웃는 모습이 박지성을 빼닮아서다. 처음 3초간은 영락없는 박지성이다. 모습뿐이 아니다. 그는 박지성만큼 넘치는 에너지와 넓은 활동폭을 자랑한다. 측면 공간을 폭풍처럼 뚫고 나가 정교하게 크로스를 올리고, 어느새 수비로 내려와 상대 공격수를 꽁꽁 묶는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슈팅도 날카로워졌다.

 박원재는 스리백을 쓰는 소속팀에서 왼쪽 미드필더지만 포백을 쓸 경우엔 왼쪽 수비수로 내려온다. 대표팀의 왼쪽에는 프리미어리거 이영표가 버티고 있다. 경험과 노련미에서는 경쟁이 안 되겠지만 박원재에게는 젊음과 패기, 스피드가 있다.

 포항에서 훈련 중인 박원재는 “가능성을 믿고 발탁해 주신 감독님께 감사한다. 배운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허 감독은 1999년 명지대 1학년이던 박지성, 건국대 4학년이던 이영표를 올림픽팀에 과감히 발탁, 오늘의 그들이 있게 한 지도자다.

 이영표와의 경쟁에 대해서는 “영표형이 뛰는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TV로 많이 봤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절대 주눅들지 않겠다”고 당찬 기세를 드러냈다.

 박원재는 대표팀에 뽑히면서 이적 시장의 최대어로 떠올랐다. FA(자유계약) 선수로 풀린 박원재를 잡기 위해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이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J-리그와 러시아 팀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 명단에는 새 얼굴도 많지만 반가운 이름도 눈에 띈다. ‘K-리그의 전설’ 김병지(38·서울)가 2002 월드컵 이후 6년 만에 대표팀 골문을 지키게 됐다. K-리그 최다인 465경기 출장에 165경기 무실점의 대기록을 갖고 있는 김병지는 막내 구자철(19·제주)보다 갑절을 더 살았다. 번번이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던 이관우(30·수원)도 살아남았다. 그는 ‘체력이 약하고 수비가 안 된다’는 평가를 불식할 기회를 잡았다.

 프리미어리그 3인방(박지성·이영표·설기현)도 허정무 호에 승선해 투르크메니스탄 전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표팀의 소집 예정일은 27일이지만 프로 구단들이 협조해 주면 더 일찍 소집해 훈련을 시작할 수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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