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요리,저런얘기] 닭매운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9면

대학을 졸업하던 해, 유아교육을 전공한 저는 한 영재교육원에 취직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인생 최대의 복병을 만날 줄이야!

어느 직장에나 고약한 상사 하나씩은 다 있다고 하지만, 첫 직장에서 만났던 37살 노처녀 수석선생님의 까탈은 장난이 아니었어요. 갓 입사한 제게는 군기를 잡는다는 핑계로 텃세가 말도 못하게 심했어요.

 그러나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녀에게도 약점이 있었답니다. 음식이 조금만 매워도 심하게 재채기를 한다는 거였죠.

그래서 저는 맛 좀 보라며 눈물나게 매운 닭매운찜을 도시락 반찬으로 준비했어요. 청양고추보다도 더 맵다는 베트남 고추를 다져 넣었더니 그 어떤 것도 능가할 만한 매운 맛이 탄생했지요.

 그날 점심시간이 가까이 오자 가슴이 콩닥콩닥 뛰더군요. 도시락 반찬 뚜껑을 열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어머머 이게 웬 닭이야, 하며 그녀는 제일 큰 덩어리를 덥석 물었습니다. 그러곤 잠시 후 화장실로 뛰어가더군요. 멀리서 잇따라 들려오는 재채기 소리를 들으며 남은 선생님들끼리 의미 있는 웃음을 지었지요.

 하루 종일 끊이지 않는 재채기로 눈물 콧물 쏙 빼던 그녀는 끝내 두통까지 호소하더군요. 너무했나 싶은 마음에 슬쩍 미안해지더군요. 그 뒤로는 그녀가 아무리 깐깐하게 굴어도 참고 있어요. 그날의 통쾌함을 떠올리면서요.

(원희선·28·경기도 안양시 석수2동)

■재료(4인분 기준)= 닭 1마리, 감자 2개, 베트남 고추 적당량, 파 1대, 당근 반 개, 깻잎 5장, 양파 1개, 참기름 1작은술, 깨소금 적당량

■양념장=간장 5큰술, 물엿 5큰술, 다진마늘 1/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소금 1작은술, 다진 베트남 고추 1작은술

■만드는 법=손질한 닭과 적당히 깍둑썰기한 감자, 양념장을 냄비에 넣고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붓고 끓인다. 감자가 반 정도 익으면 굵게 채 썬 양파, 파, 깻잎, 당근, 베트남 고추를 넣고 물을 추가해 끓인다. 다 익으면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낸다.

다음 주제는 겨울 여행에 어울리는 음식

 week&과 청정원 국선생(鮮生)이 공동으로 ‘이런 요리, 저런 얘기’의 사연을 찾습니다. 다음 주제는 ‘겨울 여행에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맛있는 요리와 그에 얽힌 에피소드 등을 대상 홈페이지(daesang.co.kr)에 올려 주세요. 가장 뛰어난 내용을 선정해 가정 요리 전문가인 최경숙 선생님 아카데미 5회 수강권(40만원 상당)과 청정원 밑국물인 국선생, 맛간장 소스(10만원 상당)를 선물로 드립니다. 02-539-877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