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디지털"美 N.니그로퐁티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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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우리는 흔히 0과1의 조합인 「비트」를 마치 수로(水路)를 따라 쉬지 않고 흘러가는 물로 생각하기 쉽다.그러나 그런 유추는 적절하지 못하다.비트는 이런 것과 성격이 다르다.오히려 스키장이나 공원에 있는 리프트에 비유할 수 있다.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는 리프트에는 항상 손님들이 정해진 간격에 맞춰 타고 내린다.비트는 이와 비슷하게 일정한 양의 정보를한다발로 묶어 초당 수백만의 신호를 전송하는 파이프에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그런데 비트는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비트가도달하는 정도와 상관없이 그가 필요한 양만큼만 이용하게 된다.
즉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활용 정도가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TV로 예를 들어보자.우선 한시간짜리 비디오프로그램을 수초내에 받아보는 경우를 가정해보면 지금까지는 방송국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수천개의 프로그램을 전파나 케이블을 통해 전송했다.그러나 정반대로 수천분의 1초동안 한 개의 프로그램을 필요한 한사람에게 보내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지금까지는 기술상의 문제로 불가능했지만 컴퓨터등 방송장비의 발전으로 이제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다.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 종전같은 방송행태는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제작뿐 아니라 송출방식등에 혁명적 전환이 오게 된다.
이에따라 방송제작진(Broadcaster)들에 의해 주도되던관행은 자연스럽게 소멸된다.주도권은 수용자(Broadcather)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다.우리는 이제 정보를 단순히 제공받는 피동적 위치를 벗어나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정보를 적극적으로 뽑아쓰고 또 이를 결합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전통적인 인쇄매체의 매력이 송두리째 소멸되지는 않는다.디지털로 제공되는 정보가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부족한반면 활자매체는 각종 이미지.은유등을 연상시키는데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승부는 이미 결정났다.비디 오테이프.서적.음반은 모두 디지털 형태로 옮겨져 일반인에 전달되는 사례가 압도적으로 늘어나 보다 신속하고 요령있게 정보를 활용하는 기술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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