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지방에서는

백제문화 제대로 복원하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인류는 그가 살고 있는 자리에서 삶의 향상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남기게 마련이다. 또 현재의 인류는 그 문화유산을 통해 과거를 분석하고 현재와 미래를 알차게 만들어 간다.

우리나라는 거의 모든 국토가 역사 유적지라 할 만큼 매장 문화재가 널려 있다. 그러나 문화재 보존과 개발에 대한 국민적 의식은 매우 낮고 정부 역시 방관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소중한 문화재 지역을 굴착기로 마구 파헤치고 중요한 유물들이 발견되어도 신속히 문화재 보존 지역으로 지정치 않고 있다가 훼손시키곤 했다.

또 문화재를 노리는 범죄는 계속 지능화하고 있는 데 박물관 직원들의 근무자세는 안이하고 관리 시스템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발굴작업에 따른 재산권 문제는 아예 관심 밖이었다.

문화재는 일단 훼손되면 복구할 길이 없다. 1994년 이후 도난당한 지정 및 비지정 문화재는 전국에서 188건 7403점인데 반해 회수된 것은 불과 34건 608점뿐이다.

현재 공주.부여 등 옛 백제지역을 중심으로 백제문화권 종합개발이 한창이다. 1999년부터 시작된 이 대형 사업을 두고 논란도 분분하다. 그러나 그동안 방치돼 왔던 백제문화권에 대해 뒤늦게나마 국가가 관심을 보이고 체계적인 개발작업을 펴고 있는 데 대해 같은 지역 주민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

사실 우리나라 고대문화권 중 백제의 문화는 고구려.신라와 달리 섬세함과 온아함을 갖춘 지극히 우수한 극동 문화였다. 백제가 신라에 비해 문화적 선진국이었음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백제문화권은 개발에서 소외돼 왔고 문화재 발굴도 매우 미흡했다. 그러나 종합개발이 진행되면서 지난해 국보급 30여점의 5세기 백제 유물이 공주 수촌리 고분에서 대거 쏟아져 나오는 등 찬란한 백제문화가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최근 충남도가 수정 발표한 새 종합개발 계획은 기대를 더 부풀게 한다. 부여에 조성되는 백제 역사 재현단지 8만평에 900억원을 들여 마곡사.불국사 등 전국의 유서깊은 건축물 100여점을 축소 재현한 건조물 전시관을 설치하고 전통 한옥식 숙박시설과 백제 전통음식 재현 시설 등을 갖춘 백제의 집을 건립키로 했다. 또 총 16억원으로 공주 장선리 유적과 부여 능산리 사지, 송국리 선사 취락지, 관북리 백제 유적, 군수리 사지 등 선사시대 유적을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 백제문화권 종합개발 사업이 많은 우려대로 이벤트성.전시성 정책으로 끝나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45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고증도 없이 상상 속의 건물과 마을을 짓고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높게 일고 있다. 충남도도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지난 1월 역사문화연구원을 발족했다고 한다. 연구원의 활동에 큰 기대를 건다.

경주의 신라문화 재현과 같이 백제문화 재현작업도 이제 궤도에 오른 느낌이다.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개발.보존함으로써 신라문화권과 쌍벽을 이루는 백제문화 교육의 메카로 육성되기를 바란다.

그동안 발굴 자료가 별로 없어 고증에 문제도 있을 것이다. 굳이 시간에 쫓겨 할 필요도 없다. 시간을 늦추더라도 세밀한 연구를 통해 정확한 백제문화가 복원되기를 희망한다.

공주.부여 등지의 백제문화권은 또 강한 역사성과 유적의 집중 현상으로 관광 상품으로서의 잠재적 가치도 크다.

세계화 시대.통일시대에 역사.문화의 보존과 지역 경제가 조화롭게 연결되는 종합적.거시적 작업이 꽃피길 기대해 본다.

김공자 대전 YWCA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