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방송클럽 회견에서 꺼낸 수도 이전 발언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盧대통령은 국가연합 단계를 관리할 연합의회.사무국 등이 들어설 통일수도가 필요하다며 입지를 판문점이나 개성 부근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대로라면 한반도는 충청권 수도, 평양, 통일수도의 3개 수도 체제가 될 것이다. 이처럼 별도의 통일수도가 필요하다면 정부가 충청권 수도를 서둘러 추진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행정수도 조성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40조원이 넘는데 이제 통일수도를 따로 둔다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이 수도들은 어떤 관계를 갖게 될 것인가. 통일수도가 필요하다면 구태여 충청권 수도를 만들 필요가 있는가. 정부는 여기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정부의 수도 이전 정책은 성격과 의도에서 의심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盧대통령은 회견에서 "(행정수도 이전은)천도가 아니다"라며 "지배세력 이전과 관계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 대전에서 열린 '균형발전 선포식'에선 "역사책 등을 보면 수도 이전은 지배권력의 향배에 관한 문제였다. 구세력의 뿌리를 떠나 새 세력이 국가를 지배하는 터를 잡기 위해 천도가 필요했다"고 했다. 행정수도라고 말하면서 천도를 얘기하고, 여기다 한술 더 떠 통일수도까지 나왔으니 盧대통령의 수도 개념은 무엇인가.
그러니 어떤 형식의 수도 이전이라도 선거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는 것이다. 실제로 盧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신행정수도 건설을 주제로 지난 대선에서 좀 재미를 봤다"고 했다. 지금 충청권의 예상지 땅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시민단체까지 정부를 비판하는 판이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도 싸다.
수도 이전은 통일 이후의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대선공약이라고, 특별법이 통과됐다고 해서 추진될 수는 없다. 국민적 합의과정이 있어야 한다. 수도이전 문제로 더 이상 국민을 혼란하게 만들지 말고 모든 계획을 거두어 들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