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故 박홍규 교수 강의 책으로 듣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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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생전(生前) 단 한권의 책도 남기지 않은 채 지난해 3월 76세를 일기로 타계했던 故박홍규(朴洪奎)교수가 후학.제자들의 노력으로 뒤늦게 전집 형태의 유고집을 갖게 됐다.朴교수의 가르침을 받았던 이태수(교육부 대학정책실장).김남두( 서울대 철학과)교수등 제자들이 과거 朴교수가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생들을 상대로 10여년간 강의했던 내용을 담은 60분짜리 녹음테이프 93개를 풀어 전집으로 발간키로 한 것.
민음사에서 전5권으로 펴내게 될 이 전집은 朴교수가 발표한 2백쪽 분량의 논문 묶음 1권과 육성강의 테이프를 풀어 정리한4백50쪽가량의 책 2권등 3권이 오는 3월초 먼저 출간될 예정이다. 일본 와세다(早稻田)大 철학부를 졸업하고 64년부터 20년간 서울대 철학과 교수로 봉직했던 朴교수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않는 지적 열정과 학문적 깊이를 지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외부발표를 꺼려 평생토록 그 흔한 단행본 저서 한권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났다.
朴교수의 강의는 주 1회 하나의 철학적 주제를 정해놓고 그와관련된 얘기를 집중적으로 쏟아붓는 방식으로 보통 6시간씩 진행됐다.강의주제는 그의 전공인 그리스 철학에 관한 것이 주류를 이뤘는데 『특히 서양의 서로 다른 지적 전통을 대변하고 있는 플라톤과 베르그송 철학에 관한 강의는 일품이었다』고 많은 제자들은 회고한다.
그러나 강의내용이 워낙 심오하고 어려워 학생들이 뒤에 다시 들어볼 요량으로 강의육성을 테이프에 녹음해놓곤 했던 것이 이번에 전집출판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다.
金蒼浩〈학술전문기자.哲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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