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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누군가 장난" 술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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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아침 한나라당은 발칵 뒤집혔다.

한 방송사가 검찰발로 '박근혜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합당 직후 이회창 후보 측으로부터 2억원을 받았으며 검찰이 곧 朴의원을 소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최병렬 대표 퇴진 요구로 시작된 당 내분이 24일 밤을 고비로 한숨 돌린 직후라서 당직자들이 받은 충격은 더 컸다.

당내에선 이미 며칠 전부터 검찰이 朴의원 건을 조사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崔대표도 지난 22일 일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朴의원이) 검찰 쪽에 부담스러운 일이 있어서 (대표 경선에)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한 일이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朴의원 등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하자 곧바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홍사덕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선기간 중에 선대본부에서 활동비를 지원받은 것을 검찰이 문제삼으면 앞으로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할지 개탄스럽다"고 했다.

朴의원도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朴의원은 "2002년 11월 25일 선대위 공동의장에 임명된 뒤 26일 당시 김영일 사무총장에게서 1억원을 받았고, 그해 12월 7일 1억원을 받는 등 2억원이 전부"라며 "이회창 후보와 따로 개별유세팀을 꾸려 충청.강원권을 다니며 식사비 등으로 지출했고 당에서 영수증이 필요없다고 해서 영수증 처리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받은 돈까지 비리인 것처럼 발표한다"라고 말하는 대목에선 입술을 깨물기도 했다. 중앙선관위 측은 "정당이 소속 의원에게 선거 때 활동비를 지원한 것은 설령 영수증 처리를 안 했어도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반발에 직면한 검찰은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안대희 대검중수부장은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이 어떤 의도를 갖고 이런 의혹들을 흘린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복당(復黨) 대가니 하는 표현을 쓴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돈의 성격은 밝혀진 게 없으며, 朴의원에 대해 소환 계획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해서 파문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여권과 검찰을 지목해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공교롭게도 朴의원이 당의 새 대표감으로 부상하는 시점에 맞춰 이번 사안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불순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은진수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에서 "朴의원이 무슨 안 좋은 돈을 받은 것처럼 검찰이 흘린 것은 치졸하고 비열한 야당 죽이기 술수"라고 주장했다. 소장파 모임의 남경필 의원도 "심하게 장난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승희.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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