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학교서 살빼기 효험” 올해는 중학교 50곳도 처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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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환(서울 증산초 4)군은 요즘 신이 난다. 몸이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기 때문이다. 재환이의 키는 1m46.6㎝, 몸무게는 49.9㎏이다. 여전히 또래보다 과체중이고 몸무게에서 체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인 체지방률도 33.6%나 된다.

 하지만 재환이는 지난해 3월에는 더 뚱뚱했다. 당시 키는 1m41.2㎝로 지금보다 5.4㎝나 작았지만 몸무게는 엇비슷한 48.6㎏이었다. 학교 신체검사에서 표준체중보다 32%를 초과한 ‘중도 비만’ 판정을 받았다. 체지방률도 38.5%나 됐다. 초등생은 체지방률이 30%를 넘으면 비만으로 간주한다.

 어머니 여수정(33)씨는 “재환이가 매일 건강일기를 쓰고 음악 줄넘기·걷기 운동을 하는 ‘학교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1년간 받고 중도비만에서 탈출했다”며 “아이 스스로 음식별 칼로리를 줄줄 꿸 정도로 체중 관리에 신경 쓴다”고 말했다. 피자·햄버거 같은 군것질을 줄이고 저녁 식사 뒤엔 가족과 함께 운동을 나가며 몸매 가꾸기에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뚱뚱한 학생들의 ‘뱃살 빼기’ 도우미로 나섰다. 지난해 초등학교 50곳을 ‘비만 중점학교’로 운영한 데 이어 올해는 중학교 50곳을 더 선정키로 했다. 학생들의 ▶신체 측정 ▶영양 관리 ▶체육활동을 중점 지도하는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학교가 100곳으로 늘어나는 것이다.

 시교육청이 학생들의 체중관리에 나선 것은 비만 아동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지역 초등학생의 비만율은 2004년 9.5%에서 지난해는 12.9%로 치솟았다.

 ◆살을 즐겁게 빼자=지난해 시교육청의 비만 관리 프로그램을 받은 초등생은 50개교 800여 명이다. 혈액검사로 체성분을 측정하는 등 기본적인 신체검사를 받아 ‘비만 아동’으로 분류된 학생들이다. 보건·영양·체육 교사가 팀을 이뤄 비만 학생을 종합 관리한다.

 보건교사는 비만에 따른 생활습관질환(성인병)의 위험성에 대해 교육하고, 영양교사는 균형 잡힌 식단을 짜 이를 지키도록 한다. 또 체육교사는 개인별로 운동량을 할당해 지키게 한다. 송영희 시교육청 장학사는 “아이들에게 매일 먹은 음식의 양과 칼로리를 기록하게 한다”며 “무조건 살을 빼는 다이어트 교실이 아니라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자 증산초 보건교사는 “지난해부터 100여 명의 비만관리를 해왔는데 표준체중보다 43%가 더 나갔던 아이들이 1년 만에 20% 초과로 비만도가 낮아졌다”고 말했다. 매일 섭취 칼로리를 적는 건강일기 쓰기는 물론 다양한 율동을 곁들이는 음악 줄넘기를 꾸준히 한 결과다. 윤 교사는 “컴퓨터와 게임만 하던 아이들이 살이 빠지니까 성격까지 좋아졌다”고 말했다.

 이동환(소아과) 순천향대병원 교수는 “싱가포르는 비만 아동 관리 학교 보건 프로그램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았다”며 “성장기 때 식생활과 운동습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줘야 성인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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