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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상>베네통의 충격광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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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광고가 상품의 선전이던 시대는 지났다.그 자체가 중요한 「상업적 현상」으로 간주된다.60년대까지 광고의 내용은 가격.판매장소.영업시간등 「구체적 정보」(hard information)제공이 주류였다.
70년대이후 제품의 이미지와 그 「상징」창출로 「고도화」되고있다.1899년 노르웨이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여유계층의 세련된 취향과 멋,부(富)를 과시하는 수단으로서의소비다. 브랜드 와 이미지창출 광고의 원류(源流)를 이 「과시적 소비」에서 찾기도 한다.
독일의 BMW는 자동차를 통해 「고급품의 이미지」를 판다.루이 뷔통은 가방으로 그 명성을 판다.디즈니는 놀이공원으로 행복과 재미와 때묻지 않은 세계의 이미지를 판다.식품업체들은 콘 플레이크등을 통해 건강과 균형을 판다.에스티 로더 는 화장품을통해 예뻐지려는 「희망」을 판다고 한다.
이탈리아 의류의 대표적 브랜드중 하나인 베네통(Benetton)이 기발한 「도발」광고로 물의를 빚고 있다.전쟁.죽음.질병.고통등 인간의 비극을 의류판매광고에 이용하는 광고의 「반동(反動)」이다.팔뚝에 「HIV양성」(에이즈 환자)이 란 문신이 새겨진 남성의 상반신을 클로즈업시키고 그 옆에 베네통의 로고를붙여놓았다.전사자들의 묘지,유출된 기름속에 갇혀 죽은 바다새,남미의 불법 연소노동자,발칸반도 크로아티아병사의 피묻은 군복에까지 「United Colors of Benetton」이란 로고가 붙는다.올 봄-여름 광고의 모델은 점령지구에서 해방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다.이들이 각종 베네통 옷을 입고 평화와 전쟁과 민중봉기를 외친다.
루치아노 베네통이 창업한 베네통은 올해가 창업 30주년이 되는 해다.1백20개국에 7천개의 매장을 가진 글로벌체인이다.로열티를 받고 영업권을 팔거나 라이선스를 주지 않는다.상점의 장식과 제품진열,광고등의 자문에 응해주고 물건을 제 때 신속히 공급해주는 독특한 네트워크다.
에이즈 투병단체가 소송을 걸어 파리의 한 법원이 베네통에 벌금형을 명하고,특히 전쟁과 나치수용소등 「괴로운 과거」를 지닌독일쪽에서 거부반응이 거세다.슈피겔誌 여론조사에서 독일인의 84%가 혐오감을 드러냈다.
정작 베네통측은 공격적 판매전략과 「충격광고」기법의 일환이었다며 이를 문제삼는 언론을 원망하는 눈치다.
인간의 비극까지 상품화한 「중상주의적 반동」인가,짙은 혐오감도 광고효과로 유도하는 광고기법의 새 경지(境地)인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本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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