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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1년] 7. 교육·언론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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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참여정부 1년의 언론정책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중앙일보.동아시아연구원(EAI)의 설문조사에 응한 언론 분야 전문가들은 대체로 실망스럽다고 답변했다. 가장 낮은 평가를 받은 정책은 노무현 대통령의 일부 신문에 대한 소송 제기였다. 전문가 다수는 대통령의 소송 제기를 '법대로' 원칙을 따른 적절한 조치가 아니라 일부 신문과의 감정대립만을 증폭시켰던 부적절한 조치로 보았다.

기자가 공무원을 비공식적으로 만나 인터뷰하는 것을 제한한 정책도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조치로 간주했다. 방송사 사장과 청와대 홍보 분야 인사에도 불만을 표출했다.

참여정부가 언론과의 관계를 잘못 설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았다. 전문가의 87%가 정부와 일부 신문의 지나친 적대관계를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53%는 KBS 등 공영방송이 정치적 독립성을 상실했다고 보았다. 공영방송이 보도의 공정성을 잃고 있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방송이 불공정하다는 평가는 방송이 신문보다 신뢰도가 낮은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는 결과로 이어졌다.

▶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일부 유력 신문들과의 적대적 관계와 공영방송의 편파보도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런 가운데 브리핑룸 제도의 도입, 기자실 개방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청와대 브리핑룸에 모인 기자들. [중앙포토]

참여정부가 정부를 지지하는 언론사와 비판하는 언론사를 차별적으로 대하고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응답이 80%에 달했다. 또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존 매스미디어를 우회, 자기에게 우호적인 인터넷 매체를 활용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인터넷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인터넷 매체에 대한 신뢰도는 모든 유형의 매체 가운데 최하위를 차지했다.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언론정책도 있었다. 기자실 개방.브리핑룸 제도, 그리고 인터넷 국정 브리핑 사이트의 개설에 대해서는 성공한 편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언론의 관계를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하려는 정책적 시도에는 후한 점수를 주었으며, 소수 언론사가 취재 공간을 독점하는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브리핑 제도는 문제점만 잘 보완한다면 참여정부가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는 언론정책이라고 보았다. 국제언론인협회(IPI)가 한국을 언론 탄압 감시국 명단에 포함시켰으나 전문가들은 지난 일년간 언론의 자유가 오히려 확대됐다고 평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참여정부가 앞으로 4년 동안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대통령과 일부 언론의 적대관계 개선, 언론인의 윤리의식 고취, 상업주의 언론의 폐해 시정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이 결과는 앞으로 참여정부가 언론정책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선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 특히 이념적 성향이 잘 드러나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제작진은 균형감각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청자를 계몽의 대상으로 삼고 제작진의 이념적 입장을 시청자에게 주입하려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정부와 신문은 이제 악의적인 공방보다 건전한 비판을 주고받는 성숙한 관계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민은 정부와 언론이 소모적인 감정싸움에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부는 특정 언론들을 포섭해 선전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파적 이해득실보다 국가 이익이란 상위 목표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이다. 언론도 대립과 분열을 증폭시키기보다 절충과 대안을 모색하는 공론권(public sphere)을 독자에게 제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은 정부와 언론이 만남과 대화를 통해 건강한 긴장관계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소망하고 있다.

윤영철 연세대 교수

<국정평가팀 명단>

◇EAI(동아시아연구원)정책평가위원회=임현진(서울대.사회학)위원장, 김균(고려대.경제학).김병국(고려대.정치학).김용호(인하대.정치학).박재완(성균관대.행정학).송호근(서울대.사회학).윤영철(연세대.신문방송학).이내영(고려대.정치학).이종수(한성대.행정학).이종화(고려대.경제학).이주호(KDI국제정책대학원.경제학).전주성(이화여대.경제학).정진영(경희대.정치경제학).하영선(서울대.국제정치학)교수

◇중앙일보 평가팀=신창운 여론조사 전문위원, 전영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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