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멀티미디어업계 제휴.동맹 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세계 멀티미디어업계는 현재 차세대 주력 영상매체로 떠오른 디지털 비디오 디스크(DVD)시장을 놓고 日소니-네덜란드 필립스진영과 日마쓰시타-도시바진영으로 양분돼 전쟁을 치르고 있다.
80년대초 마쓰시타의 「VHS」와 소니의 「베타」가 사활을 걸고 맞붙었던 VCR전쟁과 흡사한 한판이다.현재로서는 선수를 쳤던 소니-필립스 진영이 미국의 타임워너등 영화사들을 대거 끌어 들여 새로운 표준을 선언한 마쓰시타-도시바진영 의 반격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그러나 소니는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업체인美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는등 전력을 재정비하고 있다.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현대전자등 국내 업체들은 현재 DVD 재생기술 개발을 완료한채 언제쯤 의사를 밝 히는 것이 좋을 지 심사숙고중이다.너무 빠르지도,너무 늦지도 않은 시점을 잡아야하기 때문이다.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에서는 개인용 컴퓨터(PC).게임.통신.영화.가전등 각분야별로 이같은 국경을 초월한 합종연횡(合縱連衡)이 무수히 일어나고 있다.오랜 세월동안의 「적(敵)」이 하루 아침에 동맹관계로 돌아서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경우 도 비일비재다. 그동안 미국 업체끼리 합종연횡의 부침(浮沈)이 가장 심했던 컴퓨터분야는 IBM과 애플의 단순한 대결양상이 지난해부터 IBM과 애플이 「적과의 동침」에 들어가면서 인텔.마이크로소프트가 연합전선을 펴는등 「파워PC」진영과 「펜티엄」진 영으로 재편됐다.양진영은 멀티미디어PC 칩 자체만이 아니라 운영체제등관련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대결을 벌이고 있다.모토로라도 파워PC진영에 섰다.PC의 강자로 부상한 컴팩은 펜티엄 진영에 합류했다.인텔은 IBM의 경쟁자인 휴렛팩 커드와 차세대 고성능칩의 공동개발을 시작했다.IBM과 애플도 일본의 도시바.히타치.미쓰비시등을 끌어들여 아예「카레이더」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금성사.삼보컴퓨터등 대부분의 컴퓨터업체들이 일단 인텔진영등 기득권을 갖고 있는 보수연합에 친분관계 차원으로 속해 있다.그러나 금성사가 美3DO社에 출자하고 현대전자가 美AT&T의 자회사를 매수하는등 국내업■들도 점점 본격적인 제휴를 서두르고 있다.
컴퓨터통신 온라인서비스분야에서는 IBM과 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각각 자사의 온라인서비스인 「어밴티스」.「e월드」.「마블」등을 통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를 위해 IBM은미국의 온라인서비스사인 「프로디지」를 인수할 계 획이고 애플은US웨스트와 제휴를 모색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보서비스업체들과의 협력을 서두르고 있다.
가전업체들의 차세대 영상매체 표준 경쟁은 멀티미디어업계의 세(勢)싸움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고 있다.이 전쟁에서 다시 마쓰시타가 VCR에 이어 DVD시장에서 소니진영을누르고 세계시장을 평정하게 될지 최대의 관심사다 .
가전업체와 영상업체간의 제휴도 활발하다.소니가 지난 88년 美CBS레코드社를 매수한데 이어 89년 컬럼비아영화사를 인수하고 마쓰시타가 90년 美MCA영화사를 사들인 것등은 대표적인 사례다.도시바와 필립스도 음반업체인 美EMI와 폴 리그램에 자본 참여했다.
李元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