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회장 소환 놓고 논란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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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15일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전날 11시간 동안 고강도의 조사를 한 데 이은 2차 소환 조사였다. 검찰은 “확인할 부분이 많아 몇 차례의 조사가 추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 주변에선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 그에 대한 수사가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대표적 경제신문인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외국인들이)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조심스러워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경제보단 법 논리로”=중수부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수사와 관련, “경제적 논리를 들고 나오는 시각도 있지만 법적 논리가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검찰의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러 측면에서 수사가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한국)법대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 분명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중수부는 특히 그레이켄 회장이 국제사회의 저명한 경제인인 만큼 심야 및 철야 조사를 배제하는 등 철저하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입각해 수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배경에는 그레이켄 회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입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수사 관계자는 “그레이켄 회장이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를 포함한 외환은행 인수 실무자들과 수시로 협의하고 지시를 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레이켄 회장을 상대로 ▶외환은행의 자기자본비율 조작 관여 여부 ▶스티븐 리를 통한 정·관계 인사 로비 의혹 ▶외환카드 지분 인수 당시 허위 감자설 유포 여부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하지만 그레이켄 회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는 “기억나는 것이 없다”는 말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적 태도”=그레이켄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외국인 투자가들과 일부 경제학자는 우려의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레이켄 회장을 사법 처리할 경우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의지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계 투자회사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권유로 외환은행을 매입한 론스타가 이익을 내고 매각하려 하자 사법 처리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다”며 “이는 한국에 대한 외국의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엘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도 “외국인 투자자가 이익을 본국에 송금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수는 “저평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사모펀드 역시 투자의 또 다른 형태일 뿐”이라며 “사모펀드를 하나의 투자 형태로 인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투자했다면 당시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김원배·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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