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하늘은 온종일 ‘뿌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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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소한이자 새해 첫 일요일인 지난 6일 서울의 하늘은 온종일 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며칠째 시계가 흐린 탓에 병원마다 천식이나 감기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택시는 뿌연 연기를 일으키며 시골 길을 달렸다” “대선 정국이 온통 뿌옇다”처럼 흔히 쓰고 있는 ‘뿌옇다’를 과거형으로는 어떻게 표기할까.
 
‘뿌옇다’는 연기나 안개가 낀 것처럼 선명하지 못하고 좀 허옇다, 살갗이나 얼굴 따위가 허옇고 멀겋다는 뜻이다. ‘뿌예, 뿌여니, 뿌옇소’ 등으로 활용되는 ‘ㅎ불규칙용언’이다.

ㅎ불규칙용언이란 어간의 ‘ㅎ’이 어미 ‘-아/-어’와 결합할 때, 어간의 ‘ㅎ’이 떨어져 나가고 어미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의 ‘-아/-어’는 양성모음은 양성모음끼리, 음성모음은 음성모음끼리 어울린다. 모음조화 현상 때문이다.

‘뿌옇다’의 경우 ‘뿌옇+어’가 ‘뿌예’가 되며 과거시제 ‘었’과 결합할 때는 ‘뿌옜다’가 된다. “눈은 차곡차곡 키를 높여 쌓여 가고, 먼 하늘은 은은한 자황색을 띠고 있어 사방이 동트기 직전처럼 뿌옜다” (김별아 『미실』), “환한 불빛이 갑자기 쏟아졌고, 눈앞이 뿌옜다”처럼 쓰인다.

‘하얗다’의 경우도 ‘하얗+아’가 ‘하얘’로, 과거형은 ‘하얬다’로 변함을 알 수 있다. “교문까지 걸어가는 길은 떨어진 벚꽃 잎으로 하얬다”(유미리 『물고기가 꾼 꿈』),

“그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하얬다”처럼 쓸 수 있다.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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