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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어린이책] “예쁜 그림책, 난 손가락으로 본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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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시각장애 어린이와 일반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그림책 『나무를 만져 보세요』. 오른쪽의 그림을 시각장애 어린이들이 손으로 느껴 읽을 수 있도록 왼쪽 페이지에는 실루엣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그림과 점자를 담았다.

나무를 만져 보세요
송혜승 그림, 창비, 24쪽
1만5000원, 3세 이상 유아와 시각장애아

점이 모여 모여
엄정순 그림, 창비, 24쪽,
1만5000원, 3세 이상 유아와 시각장애아

손가락으로 책을 읽다니! 『점이 모여 모여』와 『나무를 만져 보세요』는 책을 많이 접해온 어른들에게도 어쩐지 낯설다. 눈으로도 읽을 수 있지만, 손가락으로도 읽을 수 있단다. 이른바 ‘점자 촉각 그림책’이다. 일반 어린이에게도 눈에 쏙 들어오는 그림책이지만, 세상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동그라미와 별, 나무와 꽃까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참 예쁜 마음이 아닌가.
 
손가락으로 읽는 책이라고 크게 다를 것도 없다. 눈에 띌 듯 말듯 손가락으로 볼 수 있는 그림과 글이 ‘입체감’으로 더해져 있다. 보이는 글자는 한글이지만 만질 수 있는 것은 시각장애아들을 위한 점자다. 『점이 모여 모여』는 점·선·면 등 어린이에게 필요한 도형의 개념을 산뜻한 그림으로 설명해 준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그 선을 눈과 손가락으로 따라가다 보면 아름다운 모양의 ‘높은음자리’표에 이른다. 이제 막 그림을 보기 시작하는 모든 아이에게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무를 만져 보세요』의 주인공은 나무와 아이다. 다양한 꽃과 계절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 쪽은 단순한 실루엣을 입체적으로 표현한 반면 다른 쪽은 보다 다양한 색감으로 볼 수 있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두 책은 얼핏 보면 예쁜 그림책에 불과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담고 있는 뜻은 그 이상이다. 각 장에 살짝 도드라진 글과 그림이 우리가 자칫 소홀하기 쉬운 시각장애인의 존재를 말없이 일깨우고 있다. 시각장애아가 볼 수 없는 나무와 꽃에도 아름다운 색을 입힌 두 지은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넘어 “함께 사랑하자”고 속삭이는 듯하다. 길지 않은 말로도 아이들의 시각을 넓히고 마음의 크기를 키워줄 수 있는 법이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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