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위원진단>주식 공급과잉 사실과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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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해들어 주가가 급락하자 주식공급에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으나 이는 지극히 피상적이고 위험한 관찰이다.마치 열나는 어린이에게 주사를 놔 경련이 일어나자 이 열성경련이 주사때문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는 것과 같다.
금년에 예정된 공개 및 증자규모가 8조~10조원으로 94년의발행물량 약6조원에 비해 엄청난 증가라고 한다.이 주장은 특히국민총생산(GNP)이나 상장주식 시가총액과 대비한 이상적인 발행비율이 있는 것처럼 가정해 80년대 중반에는 실제비율이 이보다 낮아 87~88년의 주가상승이 있었고 88~89년의 과도한물량이 90~91년의 침체를,그리고 다시 91~92년의 적은 물량이 93년 이후의 주가상승을 가져왔다고 듣기에 그럴듯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조금만 알고나면 이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주장인지 곧 드러난다.첫째,84~88년의 유례없는 주가상승은 80년의 마이너스성장 이후 81~82년의 시동(始動)기간을 거친 국내경기가 83~85년의 연(軟)착륙후 86~88 년의 본격적인 호황을 누릴수 있었던데 기인한다.
80년 40억달러의 무역적자가 88년에 1백10억달러의 흑자로 바뀌었고 연 20%가 넘던 물가상승률은 3%미만으로 낮아졌다.연 30%를 웃돌던 회사채 유통금리는 12%대로 떨어졌다.
주가가 오르지 않았다면 오히려 이상할 시기였다.마 찬가지 논리로 89년 이후 주식시장의 침체는 우리 모두가 기억하는 사실 즉 90년 이후 물가는 연 9%,회사채 금리는 연 19%대로 올라갔고 무역수지는 적자로 반전된 것외에 따로 탓할 것이 없었다. 둘째,GNP나 시가총액과 비교한 상대적 규모도 건수로나 절대액으로 89년의 3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민영화.투신특융상환에 따른 주식매각을 고려하더라도 89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또한 미국등 외국의 비율보다 현저히 높음을 들어 과다하다고하나 다른 현실적 여건을 함께 보면 이해가 된다.즉 국내 기업의 성장이 아직은 내부유보자금이나 신주(新株)와 같은 자기자본보다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한편 GNP대비 시가총 액이나 GNP대비 증권(주식.채권)보유비율은 훨씬 낮아 개인들의 재산중 상당부분이 당분간 증권,특히 주식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끝으로 주식시장이 좋을 때 공개기업의 숫자가 늘어나고 유상증자가 활발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신주를 사주겠다는 사람이 있을 때,그것도 열기가 있을때 팔아야 한푼이라도 더 받을것이 아닌가.투자자들이 주식을 살때는 발행기업이 그 자금을 투자해 벌어들일 이익을 저울질할 것이므로 가령 과잉투자나 잘못된투자는 궁극적으로 투자자들이 판단할 일이다.
다만 국내시장의 문제는 공급을 정부의 통제아래 두다보니 주가가 떨어지면 물량공급에 직접 간여한 정부에 화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발행물량은 물론 가격결정까지도 시장원리에 맡기고 정부는 세금.재정지출.통화.금리와 같은 수단을 이용하 는 방향으로나아가야 한다.
과거 경험에 의하면 예상되는 통화공급량의 다과(多寡)가 투자자들이 정말 관심을 가져야 할 지표다.
사실 연초 주가가 떨어진 것도,그뒤 다소 회복되다 급락한 것도 설뒤에 있을 것으로 증시에 알려졌던 한은(韓銀)의 통화환수가 원인이었다.공급물량의 축소가 주식시장을 위한 근본대책이 될수 없음은 바로 이 때문이다.
〈權成哲 금융증권 전문위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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