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용 '맞춤 과학교실'인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6면

와이즈거점센터 소장인 이화여대 이혜숙(수학과) 교수는 "과학.수학시간에 남학생들은 단도직입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여학생들은 주변상황을 찬찬히 살펴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따라서 얼핏 보면 남학생들이 활발한 것 같지만 대신 여학생들은 섬세하고 꼼꼼하다. 하지만 교사의 주목을 끄는 쪽은 더 시끄러운 남학생이기 마련"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 등 선진 과학 강국에서는 수업현장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다는 우려에 따라 1980년대부터 여학생만을 위한 방과 후 또는 방학 과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들 국가의 여학생 친화적인 과학 프로그램은 초등학교 고학년~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특히 많다. 과학에 대한 흥미에 눈뜰 만한 연령대인 데다 어느 정도 기본적인 과학.수학 지식이 갖춰져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연방정부는 물론 주정부.각종 재단.대학.기업이 연계해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미국 프로그램으로는 도심과 지방의 수학.과학.기술 과목에 흥미를 갖고 있는 초등학교 6년생들을 뽑아 다양한 워크숍 등을 진행하는 '보이스(www.ael.org/nsf/voices)'가 있다.

보이스 프로그램은 3년 동안 수학.생물학 등 다양한 과학분야의 지식을 쌓아주는 워크숍을 하고 방과 후 과학 심화학습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과학적 흥미를 돋우기 위해 우주왕복선 체험관에서 모의 우주비행 체험도 한다.수학.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1대1로 결연해 학생들을 지도해 주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포함, 자신이 스스로 과학자가 돼 프로젝트를 짜 보는 '가상 과학자'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 마지막 연도에는 학부모 대상 프로그램도 운영돼 여학생들의 과학적 능력을 높이기 위한 가족의 배려와 관심을 북돋우는 점이 이색적이다.

과학에 흥미가 있는 중 2년생들이 2명 내지는 3명의 소그룹으로 나눠 1년간 정신적 지도자(멘토.mentor) 역할을 하는 여성 과학자의 연구실을 견학하고 실험활동에 참가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각팀의 실험활동과 견학 성과들을 발표한다. 일명 '아이위즈(EYWIS) 프로그램(http://archive.ncsa.uiuc.edu/edu/GEMS94)'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여학생 친화적 과학교실인 '와이즈(WISE) 프로그램(www.wisecampaign.org.uk)'은 1984년 이후 실시되고 있으며, 초등학생에서 일반 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중학교에 다니는 13~14세 여학생들이 해당 지역의 대학에서 직접 공학 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와이즈 아웃룩' ▶여성 과학자가 초.중등학교를 방문해 여학생들에게 자신의 체험담을 들려주는 '멘토링 프로그램'등 연령별.관심분야별로 다채로운 무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여학생들은 남학생들에 비해 공간 지각력이 떨어지고, 덜 저돌적이어서 과학 분야에서는 남학생들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점점 이 같은 인식은 편견일 뿐이며 가르치기에 따라 얼마든지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