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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신년 회견] MB식 직설 화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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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명박 당선인의 연설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둘째 쉽고 재미있는 어휘를 택하며, 셋째 확신에 찬 표현으로 마무리한다.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화법이 등장했다.

 교육 분야와 관련해 “대입 자율화가 본고사를 유도해 결국 사교육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당선인은 최근 자발적으로 논술고사를 없애 오히려 우수 학생을 대거 유치한 연세대 경영학과를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속된 말로 그 대학은 ‘대박’이 터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이 당선인은 “당선인이 원하는 총리상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상을 물어야지, 총리상을 묻고…”라며 ‘농담식 핀잔’을 줘 웃음을 이끌어냈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당선인은 “대학에 (입시)자율화를 줘도 본고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자녀를 대학에 보내야 하는 젊은 부모님 걱정은 꼭 덜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생생한 현장의 예를 들어 입시 자율=본고사 부활의 등식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식이었다.

 이 당선인은 한반도 대운하 건설사업의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나는 청계천 복원 때도 4000번이 넘는 만남을 통해 (반대하는 이들을)설득했다”고 한 뒤 “이것(대운하 건설)은 100% 민자사업이고 정부(주도)의 (강행)스케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BBK 특검’ 발족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그걸 꼭 물어봐야겠습니까”라고 예봉을 피한 뒤 “검찰이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조사했고, 특검도 잘할 것으로 본다”고 말을 맺었다. 

 특히 그는 교육과 경제 분야와 관련된 답을 할 때는 다양한 표정과 손동작을 병행했다. 자신감이 있을 때 나타나는 습관이라고 측근들은 설명했다.

 이 당선인의 이런 화법은 오랜 최고경영자(CEO) 생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한 측근은 “현장 인부에서부터 고위공무원까지 모두 설득해야 사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설업체 CEO로 활동하면서 익힌 화법”이라고 말했다.

 ◆15분 전까지 연설문 수정=이 당선인은 기자회견 시작 15분 전까지 직접 연설문을 고치고 또 고쳤다고 한다. 그 때문에 회견 1시간 전에 미리 언론사에 배포된 연설문은 두 번이나 수정돼야 했다. 행사장에 마련된 프롬프터(연설 원고가 뜨는 스크린) 담당자는 진땀을 흘려야 했다.

 이 당선인은 회견 과정에서 언론 보도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운하와 관련해 “일부 언론이 안 된다는 전제 하에 보도를 하고 있다”고 했으며, 교육과 관련해 “일부 언론에서 과외비와 대학 본고사 등을 우려하는 데 깊이 보면 그런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궁욱·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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