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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피하려 회계장부 ‘포장’ 하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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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코스닥 상장사인 A사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내리 3년간 적자를 냈다.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렵다. 3년간 누적 적자 규모가 1000억원이 넘는다. 코스닥 규정상 2년 연속 적자에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면 퇴출된다. 그런데도 A사는 무사히 고비를 넘겼다. 자본금을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퇴출 규정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나갔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증권시장 호황에도 불구하고 코스닥 시장에는 A사처럼 매년 적자만 내는 회사가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낸 코스닥 기업이 142개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코스닥 상장사(2006년 말 기준 962개사)의 14.8%에 이른다. 이들이 3년간 낸 손실 규모가 3조8835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기업 중 적자를 낸 기업 전체의 손실액 합계 8조1362억원의 절반 가까운 규모다.
 
적자가 쌓일 대로 쌓였는데도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는 드물다.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려 퇴출을 모면하기 때문이다. 증자를 통해 까먹은 자본금을 보완해 넣거나, 아예 자본금을 줄여 회계장부상 손실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이 같은 증자나 감자는 대부분 회사 가치를 높이기보다는 장부상 성적표만 좋게 하는 일시적 효과를 낸다는 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계기업이 사채업자와 짜고 제3자 배정 방식 유상증자로 일단 퇴출을 모면한 뒤 다시 한 탕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간신히 살아난 기업의 주가가 다시 고개를 들면 개미들이 들어왔다가 또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횡령과 주가조작 사건도 대부분 코스닥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상장사 횡령사고는 109건에 9906억원이었다. 이 중 코스닥 상장사가 90건, 7146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금감원에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64건) 가운데 코스닥 기업 관련 사건이 53건으로 전체의 82.8%를 차지했다. 대주주 등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불법 이익을 챙긴 사건도 전체 57건 중 42건이 코스닥에서 발생해 경영이 투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코스닥을 머니게임장 정도로 인식하는 투자자들도 많다.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 이선엽 과장은 “비정상적인 일이 숱하게 벌어지다 보니 코스닥에선 대박만 노리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불공정 이익을 엄격하게 환수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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