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탐사 나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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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선 해저 탐사 예상도

 1597년 7월15일(선조30년).경상우수사 관할의 칠천량(漆川梁·경남 거제시 하청면)앞바다.삼도수군통제사 원균이 지휘하는 조선수군은 일본 수군의 공격을 받아 크게 패한다. 거북선 몇 척을 비롯한 조선전함 140여척이 바다 밑으로 가라 앉는다.

 경남도가 411년전 이 칠천량 바다밑에 가라앉은 거북선 잔해 탐사에 나선다.도는 자문회의를 거쳐 거북선 탐사업체를 이달중 선정하고 5월쯤 출항식을 갖고 해저 탐사를 시작한다고 13일 밝혔다. 거북선 잔해 탐사는 경남도가 이순신을 기리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이순신 프로젝트’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준비해 왔다.

 경남도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거제시 하청면 칠천도 왼쪽해역 ‘괭이바다’ 주변을 1차 탐사 후보지로 잡고 있다. 이 곳은 이순신 장군이 모함을 받아 투옥된 뒤 수군통제사로 임명됐던 원균이 160척의 군선을 이끌고 나섰다가 140척이 침몰하고 수군 400여명이 전사한 곳이다.조선군 피해가 컸던 만큼 거북선 잔해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곳은 경남도가 지난해 8월 민간전문가 10여명을 초청한 간담회때 온천 탐사 전문가인 방수용(62) 씨가 “칠천도 부속섬인 항덕도 앞 수심 22m 지점에 거북선 4척이 묻혀 있다.직접 두번 이곳에 들어갔으나 펄이 많아 확인은 못했다”고 주장한 곳이다.

 임진왜란 연구학자들은 전쟁기간 큰 해전 21차례 등 크고 작은 충돌까지 합쳐 모두 46회의 전투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선수군은 칠천량 해전을 빼고 모두 승리했었다.

 거북선은 임란 첫해인 1592년 5월 29일 사천해전에 첫 출전했고 칠천량 해전은 1597년 7월 15,16일 이틀간 벌어졌었다. 15년간 거북선 찾기를 시도했던 해군 자료를 건네받아 분석했던 경남발전연구원 민말순 박사도 칠천량을 유력한 곳으로 꼽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순신 장군이 전사했던 노량해전 앞바다와 관음포를 꼽고 있다.하지만 노량해역은 물흐름이 빠른데다 대부분 1960년대에 매립이 이뤄져 탐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도는 칠천도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해군측 탐사 경험자와 한국해양연구소 전문가들을 영입해 탐사결과에 대한 전문판독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탐사과정은 1단계로 금속탐지기와 측면 주사 음탐기를 이용한 해저 지표 및 지층 탐사를 거쳐 2단계로 잠수부를 동원한 육안조사와 심해 장비 투입을 거쳐 확인한다. 이번 1차 탐사 기간을 내년 말까지 1년 6개월으로 예정하고 있다. 추가 탐사 여부는 1차 탐사 결과를 분석한 후 결정할 예정이다.

 도의 칠천도 해역 기초 조사결과 수심이 15∼20m 정도이고 뻘층은 4m 안팎으로 드러났다. 섬 영향으로 파도가 높지 않아 탐사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장비 탐사나 잠수부 탐사 모두 해군이 진행할 때에 비해 장비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는 점도 경남도가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도는 임란 기간 10척 미만이었던 거북선 발굴이 힘들더라도 판옥선(조선 시대 널빤지로 지붕을 덮은 전투선)의 흔적이나 다른 무기류 수거는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도 남해안 시대 추진본부 하승철 팀장은 “ 거북선 잔해 탐사는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이다”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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