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중국 우수 고교생 미리 뽑아 현지서 가르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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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 톈진(天津)의 잉화(英華)국제학교와 선양(瀋陽)의 제1조선족중학교에는 ‘한국 유학반’이 있다. 제1조선족중학교는 2005년, 잉화국제학교는 지난해 9월 만들어졌다.

 조선족중학교 유학반은 학년당 40명씩 1·2학년, 잉화국제학교는 1학년(33명)이 수업 중이다. 유학반 학생들은 모두 한족(漢族)이다.

 잉화국제학교는 톈진의 명문 사립고로 한국인 유학생만 100여 명에 이른다. 조선족중학교도 선양시에서 대학 진학률 1~2위를 다투는 최고 명문고교로 시당국이 특별학교로 집중 투자하고 있다.

 한국 유학반에 다니는 학생들은 2~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입학했다. 이 유학반은 두 학교가 건국대와 협정을 맺고 개설한 것이다.

 유학반 학생들은 한국 고교생을 뺨칠 정도의 엄격한 학사관리를 받는다. 오전 6시50분부터 자율학습을 한 뒤 아침식사를 하고 8시부터 12시까지 오전 수업을 한다. 오후 2시부터 5시40분까지 오후 수업을 하고 저녁 식사를 한 뒤 밤 늦게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새벽에야 잠자리에 든다. 학생들은 모두 기숙사 생활을 하며 격주로 집에 다녀올 수 있다.

 잉화국제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 유학반에 다시 입학한 장샹(將翔·21)군은 “한국은 중국과 가까운 나라이면서 어떤 방면에선 중국을 앞서고 있어 입학했다”며 “한국인 선생님이 생생한 한국어를 가르쳐 줘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반 학생들은 정규 고교 과정과 함께 한국어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이들 학생이 사용하는 한국어 교재는 건국대 언어교육원에서 개발해 제공한 것이다. 한국어 수업은 거의 ‘맨투맨’으로 이뤄진다. 건국대가 급여를 주고 파견한 한국어 교사들은 현지의 조선족 교사들을 재교육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유학반에 들어오기 위해 대기 중인 학생도 줄을 잇고 있다. 건국대가 파견한 정하라(29·여) 교사는 “잉화국제학교 내 국제학부 학생 중에서 한국 유학반에 들어오려는 학생이 20여 명이나 된다”고 설명했다.

 건국대는 이런 지원을 하면서 유학반 학생 중 우수 학생을 우선적으로 선발하기로 이들 학교와 협정을 맺었다. 건국대는 중국의 우수 학생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투자한 것이다.

 일본 대학들이 아시아권 우수 학생을 뽑기 위해 대규모 장학금 등을 내놓고 있으나 유학반 협정을 맺고 우선 선발권을 보장받은 것은 건국대가 처음이다.

일본 규슈의 아시아·태평양대학(APU)은 전체 재학생의 40%가 아시아·동유럽·중동 등에서 온 유학생들이다. 우수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이들에겐 학비의 30~100%를 감면해주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 유학생들은 졸업 후 거의 대부분 자신의 고국에 있는 주요 기업이나 다국적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와세다대는 5년간 8000명의 유학생 유치를 목표로 교환학생 제도를 350개 해외 대학으로 늘릴 계획이다. 와세다대는 이를 위해 기숙사도 다섯 배로 늘리기로 했다.

 건국대는 두 학교 졸업생을 받기 위해 현재 90명인 학기당 외국인 입학생 수를 조만간 200명 선으로 늘릴 예정이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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