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난 모든 각오 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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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나는 모든 각오가 돼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3일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저녁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지난해 대선 후보 경선 때 자신을 도왔던 경기도 원외 당협 위원장 5명 정도를 만난 자리에서다. 서청원 전 대표가 주최했다.

 박 전 대표는 위원장들로부터 “공천 잘못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게 맞느냐”란 질문을 받고 “그렇다. 여러분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얼마나 고생이 많으냐”는 말로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2일 “당헌·당규에 따라야 한다”, 10일 “공천이 과거로 돌아간다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지하겠다”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수위 이상이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실제 공천 문제를 두고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 전 대표의 투명한 공천과 공천심사위의 조속한 구성 요구가 무시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선 당시 캠프 대변인을 지낸 김재원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박근혜를 벼랑 끝으로 내몰아선 안 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10년 좌파정권을 무너뜨린 승리의 든든한 받침은 박근혜의 눈물과 붕대를 동여맨 손, 아직도 얼굴에 깊이 남은 칼자국”이라며 “더 이상 박근혜에게 눈물을 요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어도 박근혜는 곁불을 쬐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의 공천 관련 발언을 두고 “당 대표로서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한 강재섭 대표에게도 격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은 2006년 전당대회 때 박 전 대표가 강 대표를 지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강 대표는 배은망덕한 사람이다. 박 전 대표도 비애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톤을 높였다. 그는 “박 전 대표는 이 당선인 측의 사당화 기도를 비판하는 것인데 왜 강 대표가 대리전을 펴느냐”고도 지적했다.

 그러나 강 대표는 “당 대표로서 당이 최선을 다해 떳떳이 공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공천 과정을 지켜보라”고 말했다. 강 대표 측 인사는 “강 대표가 박 전 대표 측을 상당히 배려하고 있는데도 자꾸 비판하니 서운한 심정에서 모욕감을 느낀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라며 “박 전 대표가 공천 발언을 하면 할수록 오히려 이미지만 손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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