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회장·직원들 불꽃토론 15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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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3일 서울 서린동 SK빌딩의 35층 다이아몬드실에선 최태원(그림) 회장과 20여 직원 간에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최 회장이 신년 경영 구상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지만 여섯 대의 카메라까지 설치된 스튜디오엔 긴장감이 흘렀다. 최 회장이 나서 “멋지게 나와야 한다”며 방송용 메이크업을 주문했다. 패널과 방청석에서 폭소가 터지면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최 회장은 “사전 각본 같은 것은 없다”며 “눈치 보지 말고 여러분의 생각을 말하라”라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SK의 화두인 글로벌 경영에 대해 "성과가 미흡한 것 같다”는 추궁성 질문이 나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영의 기반을 다진 만큼 올해는 피부에 와 닿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용어를 좀 거칠게 쓰면 올해는 해외에서 승리해 전리품을 얻어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화이트보드에 직접 그림을 그려 가며 20여 분간 자신의 구상을 설명했다.

최 회장은 또 “변화의 속도”를 역설했다. 그는 “기업에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라며 “SK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더 빠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변화의 3대 메가 트렌드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는 디지털라이제이션 ▶세계가 서로 통하는 글로벌라이제이션 ▶모든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행복추구 등을 꼽았다. 최 회장은 변화의 속도에 대해 토론할 때 즉석에서 ‘변화 속도’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 회장이 ‘변화’를 선창하고 패널과 방청객이 ‘속도’를 외치는 식이었다.

쥐띠인 최 회장에게 누군가가 쥐띠해를 맞은 소감을 물었다. 그는 “신정에 아이들과 조카들의 세배를 받아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세뱃돈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고 말해 방청석에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150분간의 토론회를 ‘내가 회사다, 회사가 우리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마무리했다. 이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송은진 SK텔레콤 매니저는 “회장한테 직접 경영의 큰 틀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회사에서 내 역할을 분명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SK그룹은 최 회장과 직원들의 토론회를 40분짜리 두 편의 프로그램으로 편집해 10일과 11일 전 계열사 사내방송을 통해 방영했다.

장정훈 기자 ,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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