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다양한 근무형태 자리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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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샐러리맨들의 생활패턴을 크게 바꿔놓고 있는 이른바 「변형(變形)근로제」는 정착되고 있는가.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기출퇴근.토요휴무제.플렉시블타임제(자율근무시간제)등은 도입 기업이 늘고있는 가운데 그런대로 실효를 거두고 있지만 재택(在 宅)근무제는흐지부지 돼가고 있다는 평가다.80년대말부터 확산되기 시작,SOHO(Small Office Home Office)바람을 몰고왔던 재택근무제는 우리고유의 생활관습과 시스템 미비등으로 조기정착에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의 전산업무전담사인 STM은 91년부터 20여 주부사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했다.그러나 지금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다시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데이콤의 전신인 한국데이타통신은 82년 국내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으나 1년도 채 안돼 폐지하고 말았다.
동양맥주는 89년 영업직원 4명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주목을 끌었으나 이듬해 역시 중단했다.한국듀폰도 90년 영업직원 4명에 대해 실시했지만 2명은 일찌감치 중도하차하고 나머지 2명도 작년까지 버티다 다시 회사출근으로 돌아섰다.
출판사인 백산서당은 93년부터 5~6명의 사원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했으나 지난해 조직을 개편하면서 이 제도를 없앴다.
작년말 다시 회사로 나오게 된 STM의 崔모(29.주부)씨는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집에서 일을 하면 교통난도 피할 수 있고 효율이 좋은 시간을 선택해 근무가 가능,확실히 생산성은 높았지요.하지만 간혹 결과가 시원찮으면 상사 는 내가 집에서 노는 것으로 인식한 듯했습니다.상사의 눈앞에서 어물쩍거리면눈치볼 것도 없고해서 차라리 편합니다.』 LG경제연구원의 송계전(宋桂全)책임컨설턴트는 『재택근무가 정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화적인 이유와 시스템의 미비 때문』이라고 진단한다.몸으로부딪치며 일을 해야 속이 개운한 지금까지의 타성이 간부는 물론부하직원에도 몸에 배있어 눈앞에 안보이면 뭔가 개운찮다는 이야기다.또 집 단말기에서 회사의 대형시스템과 접촉할 수 있어야 하나 현재의 개인컴퓨터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일의 완결을 위해서는 어차피 회사로 나와야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비해 조기출퇴근제.플렉시블타임제.격주토요휴무제등 재작년부터 재계에 일기 시작한 변형근무제도는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뿌리를 내리는 단계다.삼성은 일부 특수업종과 부서에 대해 조기출퇴근(7.4제) 대신 탄력근무시간제를 도입,조기 출퇴근제의 효율을 높여가고 있다.중공업의 조선사업부는 8~5제,삼성화재의고객전담부서는 고객의 시간대에 맞춰 9~6제,에스에스패션은 8~6제를 작년부터 도입했다.
또 플렉시블타임제의 경우 한국통신이 작년초 연구원에 대해 매일 오전10시부터 4시사이(코어타임)에는 반드시 회사에 있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선택해 근무하도록한 이래 도입기업이 늘고 있다.LG전자와 메디슨.삼보컴퓨터기술연구소.코 오롱그룹기술연구소.미원정보기술등이 잇따라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밖에 토요격주휴무제는 근로자의 호응도가 높아 확산단계다.작년부터 LG그룹과 선경.한화그룹등이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업무집중도가 높아지고 회사관리비용도절감되는등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그룹은 작년부터 그룹본부직원에 대해 주5일근무를 실시한뒤 반응이 좋아 전그룹 확대실시를 고려중이다.
〈趙 鏞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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