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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적 릴레이輸血 9개월 戰警들 백혈병환자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백혈병 환자와「생명」을 소생시켜준 전경들의 만남-.
지난해 4월부터 지금까지 9개월간 2만㏄나 되는 혈액을 공급해준 전경들에게 감사의 마음만 간직했지 이들의 얼굴 한번 보지못한 백혈병환자 서원경(徐源京.28.전남광주시동구산수1동)씨.
徐씨는 최근 서울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전경들과 감격의 상봉을 하고 마침내 눈물을 흘렸다.
『정말 어떻게 보답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병이 들어 걷지도 못했던 제가 이렇게 혼자 힘으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올 수 있었던것은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이제 병원으로부터 완쾌통보만을 기다리고 있는 徐씨는 의로운 은인인 전경들과 뜨거운 포옹을나누었다.
광주의 자동차 정비업소에서 일하던 徐씨가 몸에 이상을 느끼기시작한 것은 93년 11월.
몸이 자주 피곤하고 점점 어지럼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 진찰받은 결과 청천벽력과도 같은 백혈병 진단이 내려졌다.
다행히 발병초기라 희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적인 치료와 완치를 위해서는 건강한 O형의 피가 끊이지 않고 공급돼야만 했다.
지난해 4월8일 여의도 성모병원에 입원하기는 했으나 구차한 집안형편으로는 지속적인 혈액 공급은 어림도 없는데다 제때 O형피를 공급받기도 어려워 애만 태웠다.
이때 徐씨 삼촌 서춘종(徐春鍾.38.경기도의정부시호원동)씨가수소문 끝에 자신의 고향선배인 김중호(金重鎬.39)씨가 서울경찰청 전투경찰대 715중대 3소대장으로 서울노원경찰서에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徐씨로부터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金소대장은 이같은 사실을 자신의 소속중대원들에게 알리고 반응을 알아보았다.대원들은 흔쾌히 『꺼져가는 생명을 구하자』며 발벗고 나섰다.
총 1백82명의 중대원 가운데 O형 피를 가진 사람은 32명. 이들은 한 두명씩 조를 편성해 3일에 한번꼴로 徐씨가 입원해 있는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찾아가 徐씨의 백혈병치료를 위해 한번에 1인당 3백㏄정도씩 수혈했으며 혈액에서 혈소판만 뽑아 徐씨에게 공급됐다.
徐씨의 병세는 호전돼 갔다.처음부터 수혈에 나서 지금까지 세번 수혈한 최진규(崔鎭圭.23)수경은 『감기증상이 있거나 약을복용해 수혈할 수 없을 때는 안타까웠다』며 『조그만 도움으로 귀중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주 흐뭇하다』고 말했다. 제1소대장 황순철(黃順喆.43)경사는 『요즘 젊은이들을 X세대라고 부르며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성격이라고들 해 걱정했는데 의외로 모두 자진해 나서 대견스러웠다』고 말했다.
비록 짧은 첫 만남이었지만 형제와 같은 우애를 나눈 사이가 된 徐씨와 전경들은 언제든지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돕기로 굳게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헤어짐이 아쉬운듯 전경들은 『피가 필요하면 광주까지라도 내려가 수혈하겠다』면서 『이제 거의 완쾌됐다니 정말 다행』이라며 徐씨의 손을 굳게 잡았다.
〈郭輔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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