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새긴 화가의 이 땅 사랑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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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06면

이종호씨는 건축에서 ‘사회적 장소’에 대한 관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축가다. ‘사회적’이란, 이씨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오늘의 장소가 여기 존재하도록 만들어 왔으며 미래의 장소로 만들어 나갈 사회적 과정에 좀 더 주목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표현이다.

이종호의 ‘박수근 미술관’

그는 스스로 ‘반란적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반란적 건축가’란 “오늘 우리의 도시, 건축의 공간이 드러내는 ‘분열’의 틈새를 비집고 희망의 씨앗을 꾹꾹 눌러 심는, 성찰을 반복하는 문화생산자”이다. 그는 우리 시대가 함께 세워 나가야 할 건축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박수근 미술관’은 건축가의 이 마음이 잘 드러난 집이다. 한국 근대미술의 대표작가 중 한 명인 박수근(1914~65)이 처음 그림에 빠져들며 밀레와 같은 전원의 화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던 곳, 바로 그 강원도 양구에 선 미술관을 통해 사람들은 박수근을 만나게 된다.

말하자면 ‘여기, 박수근 미술관에서 박수근의 회화를 보기보다는, 박수근이 무엇을 보았는가를 보시라’고 건축가는 청하고 있다. 방문객은 박수근이 보고 거닐었을 이 장소에서의 경험으로 화가가 이 땅의 삶에 대해 품었을 이해와 사랑을 공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함께 나눔이 삶에 대한 우리의 새로운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건축가는 바라는 것이다.


1957년생.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김수근의 공간건축연구소에서 10년간 건축수업을 했다. 1989년 ‘스튜디오 메타’를 설립해 무대디자인·지역축제기획·문화시설 컨설팅 등 다양한 문화활동과 더불어 건축행위를 해오고 있다. 율전교회(1993), 바른손센터(1994), 명지대 방목기념관(1999), 박수근 미술관(2002) 등을 설계하며 ‘의미 있는 장소’와 ‘사회적 장소’를 아우른 ‘생성의 장소’를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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