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으로 더 옳은 건축을 위하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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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호 10면

민현식씨는 이 시대의 도시와 건축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해 가는, 그것도 아주 미세하게 변해 가는 삶을 위한 배경이나 장치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민현식의 서울 논현동 ‘로얄 토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삶과 사고를 강요하는 상징적 형상으로서의 건축은 사라져야 하고, 공간의 감각은 가능성으로만 가득 차 있게끔 중성적이고 얇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런 생각을 “건축, 미학에서 윤리학으로”란 한 마디로 정리한다. 다시 말하면 ‘덜 미학적인, 그래서 더 윤리적인’ 건축이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건축은 쉽게 읽을 수 있고 이해도 가능한 것으로 설명된다. 명료함이 민현식 건축의 특장이다. 그는 자연을 향해 열린 공간을 만들어낸 조선 선비의 집이 가장 훌륭한 교과서라고 믿고 있기에 그 전통을 따르고자 노력한다. 배치보다 흐름의 도시로, 미학의 도시에서 가치의 도시로, 존재의 도시에서 생성의 도시로 가기 위한 건축을 그는 시도하고 있다.

‘로얄 토토’ 또한 이런 생각을 반영하고 있는 집이다. 땅의 조건에 순응하는 건축이다. 주변 조건과 어우러져 이 집은 환경과 끊임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세련되어 가서 어느 날, 집 자체가 주변 환경을 이루는 한 인자로 근사하게 변용되기를 건축가는 기대한다. 집은 참으로 살 만한 도시로 가는 점이기 때문이다.


1946년생. 서울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김수근 및 윤승중·변용 밑에서 실무를 익힌 뒤 AA스쿨(런던)에서 수학했다. 1992년 민현식 건축연구소 ‘기오헌’을 설립해 독자적 건축 활동을 시작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건축과 교수로 일한다. 1992년 ‘43건축전’에 참여한 이래 이 시대, 우리의 건축에 대한 창의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1988), 신도리코 아산공장·본사(1994·97), 한국전통문화학교(1998) 등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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