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바마 키운 건 “8할이 케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존 케리(매사추세츠)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10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케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오바마와 함께 유세를 하면서 “오바마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있고, 돼야 하며,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는 2004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배한 거물 정치인이다.

 케리와 오바마 사이에는 특별한 인연이 있다. 오바마는 2004년 7월 보스턴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희망의 담대함(the audacity of hope)’이란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미 캔자스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이 부모의 이혼과 가난 등의 역경을 딛고 전당대회 연단에 설 수 있었던 건 미국의 건국이념과 도전정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진한 감동을 남긴 이 연설로 스타가 됐고, 그해 11월의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당시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케리였다. 민주당이 대통령 후보로 자신을 공식 선출하는 잔칫날 그는 당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지명도가 낮은 오바마에게 기조연설을 맡겼다. 그가 오바마를 부르지 않았다면 오바마의 명연설도, 오늘의 오바마도 없었을 것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이번에 입장이 바뀐 상태에서 다시 이어졌다. 케리는 찰스턴에서 “어떤 사람은 오바마가 ‘잘못된 희망’을 얘기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여러분에게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희망을 품지 말라고 말하는 것일 뿐”이라며 힐러리를 은근히 공격했다.

 케리와 힐러리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다. 케리가 2006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부를 못하면 이라크에 가서 고생하게 된다”고 실언했을 때 힐러리는 “한심하다”며 비난했다. 그걸 들은 케리는 분노했다고 한다.

 케리가 2004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는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다. 그럼에도 그가 에드워즈를 지지하지 않은 데엔 사연이 있다. 2004년 대선 때 둘의 호흡은 맞지 않았다. 케리는 “에드워즈가 부시를 야무지게 공격하지 못한다”며 못마땅해 했다. 반면 에드워즈는 “케리가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의심했다.

 2008년 대선 도전을 준비하다 포기한 케리의 조직력과 자금동원력은 제법 강한 편이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