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서울대학교>4.부족한 교수-강의시간 벅차 부실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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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수는 대학의 교육및 연구 주체다.교수가 부족한 대학이 제기능을 못하는 건 자명한 이치다.
서울대 전임교수는 모두 1천3백89명(94년4월 기준.의대 임상교수 제외).학부학생이 2만1천5백20명,대학원생 7천9백37명이므로 교수 1명이 평균 21.2명의 학생을 맡아 가르치는 셈이다.
국내대학들의 교수 1인당 학생수 평균이 35명인데 비하면 서울대의 여건은 월등히 나은 편이지만 일본 도쿄(東京)大나 영국옥스포드대의 1인당 9명에 비하면「교수 기근」에 가깝다.
이 때문에 서울대교수는 피곤하다.
週 9시간의 책임강의 부담과 평균 7.2명씩 맡는 대학원생 논문지도,개인적인 연구활동에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3중고(苦)에시달린다.
미국의 명문대들은 대부분 서울대의 절반인 주당 4.5시간을 책임강의시간으로 규정하고 있고 국내 과학기술대도 마찬가지.
『연구에 전념할 시간여유가 없어 수준 높은 연구결과를 낼 수없다』는 것이 교수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9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가정대교수로 임용된 K교수(여).
전임교수가 5명뿐인 이 학과의 사정으로 부임 첫 학기 대학원7.5시간,학부 3시간 등 週 10.5시간의 강의를 맡았다.
부임 첫 학기 동안 체중까지 줄어들고 매일 밤을 새다시피 일했지만 강의관련 활동에만 週 50시간씩 빼앗기다 보니 논문은 엄두도 못내고 연구계획서 세 편을 제출한 것 외에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이 교수는『한 대학원강좌의 경우 수강신청자가 단 1명밖에 없어 폐강위기에 처했지만 책임강의량을 못채울까봐 학생들에게「사정」해서 수강생을 추가모집해 강의를 이끌어 갔다』고 말했다.
안식년제 도입은 서울대 교수들의 숙원이자 총장선거때마다 등장하는 단골메뉴.사상 첫 직선으로 뽑힌 김종운(金鍾云)총장도 91년 선거당시 이를 공약(公約)으로 내걸었으나 결국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교수수의 절대부족이「재충전」기회 마저 박탈하고 있는 것이다.
교수부족으로 인한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대학원강의 1시간당 4~5시간,학부강의는 1~2시간 정도의준비가 필요해 대학원 1강좌,학부 2강좌를 맡을 경우 최소 週30시간 이상을 강의와 이를 위한 준비에 쏟게 된다.
이같은 부담속에서는 본의 아니게 강의준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석사 2명,박사 11명의 대학원생을 맡고 있는데 1주일에 한번 있는 회의시간말고는 제대로 지도를 못해주고 있다.』 자연대 김정구(金廷九.물리학)교수의 하소연이다.
94년1학기 서울대의 개설강좌수는 3천6백69강좌.이중 20.7%인 7백60강좌를 시간강사가 맡았다.
더 큰 문제는 분야별 전공교수의 수가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가많고 특히 하루가 다르게 영역이 확장되고 있는 첨단분야의 경우전공교수가 아예 없어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문대철학과 교수 14명중 동양철학 전공교수는 4명에 불과하고 이중 서울대가 세계의 학문중심이 돼야 할 한국철학 전공자는단1명이다.
도쿄대 동양철학과가 25명의 교수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미국의 하버드대 옌칭(燕京)연구소에도 동양철학을 전공하는 벽안(碧眼)의 교수가 15명이나 된다.
철학과 허남진(許南進)교수는 『최근 미국.일본은 물론 코스타리카.아일랜드 학생과 연변교포까지 유학와 서울대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했으나 모두 실망 끝에 석사만 마치고 돌아갔다』며 『유학생이 입학상담을 하러오면 보다 여건이 좋은 국내의 다른 사립대로 갈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14년간 교수증원이 1명도 이뤄지지 않은 사회대 지리학과의 경우 첨단분야인 지리정보체계론 전공교수가 없어 세계적 학문추세에 크게 뒤지고 있다.
공대 컴퓨터공학과의 경우도 최근 2년 동안 5명의 교수를 충원해 사정이 나아졌다지만 최신분야인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한 교수가 없어 대학원에 진학해 이 분야를 공부하려는 학생들은 유학을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국립대교수 정원을 관리.조정하고 있는 교육부의 교수확보율 산출방식은 대학원생 수를 전혀 고려치 않아「허구」에 가깝다.
대학설치기준령 등 관계법령에 따른 서울대의 교수법정 정원은 1천94명으로 교수확보율이 1백25%를 넘어 신규임용의 대폭적인 증가는 어렵다는 게 교육부의 논리다.우리나라 대학의 평균 전임교수 확보율은 73.9%,국립대 평균은 83. 1%에 머물고 있다.
〈특별취재반〉 ◇도움말 주신분▲金南斗 서울대인문대교수▲許南進서울대인문대교수▲任孝宰 서울대인문대교수▲金春鎭 서울대인문대교수▲柳根培 서울대사회대교수▲金鎭義 서울대자연대교수▲金廷九 서울대자연대교수▲具本哲 서울대자연대교수▲郭秀一 서울대발전기금상임이사▲金永植 교육부대학행정지원과장 〈다음회에는 교육여건중「부족한 실험실습시설」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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