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피해 먹이찾아 철새 대이동-바뀌는 도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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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 철새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최대 철새 도래지였던 낙동강하구 을숙도와 주남저수지가 개발.환경오염으로 점차 철새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반면 서해안 담수호나 강원도등 오염의 손길이 덜 미친 지역이새로운 철새 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들어 달라진 전국의 주요 철새 도래지 실태와 변화원인을 경희대 조류연구소및 각 지역 전문가들의 조사결과를 통해 분석했다. 철새 도래지로서 낙동강하구 을숙도의 중요성이 사라진지 오래다.80년대 중반까지만해도 매년 5만마리 이상의 겨울 철새가찾던 을숙도는 최근 몇년동안 수가 크게 줄었다.
특히 87년 하구둑 건설이후 오염이 가속화돼 90년대 들어 이곳을 찾는 철새수는 1만~2만마리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부산 경성대 조류연구소 우용태(禹龍泰)소장은『오염이 심해지고있는 하구둑 상류에는 거의 철새가 오지 않는다』며『늦가을 이곳을 찾는 철새들도 먹이부족으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고 밝혔다. 을숙도 이후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떠올랐던 경남창원군동면 주남저수지도 최근 찾아오는 철새의 숫자가 크게 줄고 있다.91년 최고 6만7천여마리까지 늘었던 이곳은 최근 3만마리 수준으로 줄었고 특히 지난해에는 9천여마리로 급격히 감소 했다.
올 겨울에는 겨울 철새의 30%를 차지하던 가창오리가 전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경남대 함규황(咸奎晃.조류학)교수는『민물고기를 잡는 선박들의소음 때문에 철새들이 서산 간척지로 이동한 것 같다』며 보호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지방 대구와 경북지방도 수질오염.서식지 파괴등으로 철새가 옮겨가고 있다.
경북고령군다사면에는 80년대 중반까지도 흑두루미 2천여마리가무리지어 날아다녔으나 90년대들면서 3백~4백마리로 급격히 떨어졌다.대규모 모래채취와 금호강 오염으로 먹이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구시수성구 팔현마을은 80년대 중반부터 3천여마리나 찾던 왜가리 무리가 5백여마리로 감소했다.
***제주도 최근 제주지역을 찾는 철새의 종류.개체수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성산포 도래지에는 매년 5천여마리의 철새가 찾아왔으나 올들어서는 2천여마리로 줄었다.
매년 10월 저어새.홍머리오리등 27종의 철새들이 찾았으나 최근엔 20종만이 도래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동안 황새는 전혀 관찰되지 않고 있다.
제주대 박행신(朴行信.국제조류보호연맹 한국본부장)교수는『철새가 줄어드는 것은 도래지 인근에 시가지가 조성되고 교통량 증가로 소음이 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수만 서해안 개발로 만들어진 서산지구가 최근 국내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각광받고 있다.92년 이후 매년 5만마리 이상이 찾고 있고 올 겨울에도 7만마리 이상이 찾아 국내 최대도래지로 자리잡았다.
1천여만평에 달하는 서산A.B지구 2개의 담수호(부남호.간월호)주변에는 겨울 텃새인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논병아리.큰기러기등이 큰 무리를 짓고 있다.
특히 92년부터 천연기념물인 황새가 날아오고 있어 조류전문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지난 19일 경희대팀의 조사에서도 4마리의 황새가 관찰됐다.
공주대 조삼래(趙三來.생물학)교수는『담수호 주변 4천만평의 광활한 간척농경지 곡식과 호수내에 피라미.물새우.미꾸라지등의 먹이가 풍부해 서식지로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강하구둑 90년이후 매년 1만여마리가 찾고 있다.올해도 1만9천여마리가 찾아들어 안정적인 도래지로 등장했다.
이곳도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흑부리오리등이 주종을 이루었다.
농업진흥공사 환경연구실 신인호(辛仁浩)과장은『하구둑 건설 이후 염분이 적어지면서 플랑크톤을 먹는 붕어등 새로운 민물고기가늘면서 철새들의 좋은 서식조건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지역 철원군철원읍내포리 속칭 샘통에는 올들어 두루미 2백50여마리와 재두루미 80여마리를 비롯한 6만여마리가 겨울을 나고 있다.예년 3만여마리의 두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 지역은 풍부한 먹이와 함께 민통선 북방지역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등 자연환경도 잘 보존돼 있다.
또 강릉 경포호나 춘천 의암호 등지도 청둥오리.흰뺨검둥오리의서식밀도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경포호에는 올해 5천여마리가 찾아들었다.
***한 강 한강하류지역은 한강개발사업으로 2천여마리로 줄었던 겨울철 새가 90년대들어 매년 1만여마리 이상 도래하고 있다. 강화도등 하구지역은 숫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70년대 1천5백마리까지 무리지어 나타나던 재두루미는 80년대 이후 크게 줄었다.
올들어선 김포군 일대에서 겨우 8마리만 관찰됐다.
***울산 회야댐 86년완공된 울산시민의 식수원인 회야댐에는89년부터 3천여마리의 겨울 철새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이곳이 철새 도래지로 부상한 것은 담수면적이 넓고 민물어류가풍부할 뿐만 아니라 낙동강 하구지역과 주남저수지의 오염이 심해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뭄으로 물이 줄어든 올해는 3백여마리가 날아와 식수원을 오염시키는 피해를 일으키기도 했다.
〈金賢泰.李燦昊.姜眞權.高昌範.金相軫.金善王.黃善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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