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쏟아지는 사랑의 손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구지역 대학생들이 대구시 대명동 골목길에 늘어서 혼자 사는 노인 집에 연탄을 운반하고 있다. [국제대학생자원봉사연합회 대구경북지부 제공]

 “많이 드십시오.” “잘 먹겠습니다.”

 8일 낮 포항시 대흥동의 무료 급식소인 ‘만나의 집’. 파란색 재킷을 입은 ‘대구은행 포항사랑봉사단’ 소속 회원 10명이 뜨거운 삼계탕을 배식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사람은 최근 부임한 박인규 경북1본부장과 포항시내 지점장의 부인들이었다. 이들은 삼계탕을 저소득층 200여 명에게 대접했다. 박 본부장은 “봉사로 한 해를 시작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가라앉은 경기와 치솟는 유가 속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향한 따뜻한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어지는 사랑의 손길=롯데백화점 상인점(점장 조학현)은 지난해 10월 시작한 ‘직원 커피 한잔 덜 먹기’를 통해 모은 153만7000원을 어려운 이웃들에 써 달라며 7일 대구 상인종합복지관에 전달했다. 신경주로타리클럽(회장 최해율)은 가족도 없이 투병하며 수개월째 집세를 내지 못하는 유모(58)씨를 위해 30만원을 건천읍사무소에, 경주 손광락 한의원장은 이웃돕기 성금으로 1000만원을 7일 경주시에 기탁했다.

 학생도 이웃돕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난 12월 30일 대구시 대명동의 한 골목. 국제대학생자원봉사연합회 소속 대학생 70여 명이 줄지어 연탄을 날랐다. 이 동네에 혼자 사는 노인 가구 다섯 곳을 찾아 연탄 600장을 나눠 주었다. 연탄은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마련했다. 학생들은 이어 할아버지·할머니의 집 안팎을 말끔히 청소했다. 도모(79)씨는 “요즘도 이런 젊은이들이 있나”며 눈시울을 붉혔다. 봉사 활동을 한 임택준(24·영남대)씨는 “어르신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초교 학생들은 심장질환 등 병마와 싸우는 생활이 어려운 친구 5명을 위해 모금을 해 최근 한 사람당 130만원을 전달했다. 달산초교 학생들도 220만원을 모아 사할린 영주 귀국 동포가 생활하는 고령 대창양로원에 전달하고 경로 잔치를 열었다.

 이색 이웃돕기도 잇따르고 있다.

 김천시 쌀 전업농연합회(회장 박영태)는 회원이 모은 ‘사랑의 쌀’ 1t을 4일 김천시에 기탁했다.

 ‘벌수염 사나이’ 안상규(46)씨는 지난해 말 연탄 2만장과 벌꿀 100병(1130만원 상당)을 대구지역 저소득층 100가구에 전달했다. 안씨는 “추운 계절을 맞아 꿀을 선물했다”고 말했다. 안씨는 칠곡군 동명면에서 양봉업을 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와 대구의 공연기획업체인 ‘예술기획 성우’의 배성혁 대표는 지난 12월 29일 소녀소녀가장 21명을 대구 오페라하우스에 초청했다. 이들은 모두 로열석에 앉아 ‘올 댓 뮤지컬’을 보고 저녁 대접도 받았다. 배 대표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 성금은 다소 줄어=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의 ‘사랑의 온도탑’. 온도가 60도를 갓 넘었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집계한 4일 현재 모금액은 15억9600만원. 지난해 16억2000만원보다 적은 액수다. 목표액 25억원의 63.8%. 온도탑은 목표액을 채우면 100도를 가리킨다. 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도 12월 한 달간 모금액이 41억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억500만원의 91% 수준이다.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강한뫼(38) 모금과장은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대통령 선거,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관심을 끌지 못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며 “매년 1월 하반기에 성금이 몰리기 때문에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금 납부 문의는 대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053-985-0530)나 경북 사회복지공동모금회(053-253-8844). ARS 060-700-1212를 누르면 한 통화에 2000원을 기부할 수 있다.

홍권삼·황선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