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방황 이젠 끝 … 두산 팬들에 햇살을 ‘써니’가 돌아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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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레드삭스 시절이던 2001년 7월 홈 경기에서 탬파배이 데블레이스를 상대로 호쾌한 피칭을 하고 있는 김선우. [중앙포토]

 미국 메이저리그 출신 우완 정통파 투수 김선우(31)가 국내로 돌아온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10일 김선우와 계약금 9억원, 연봉 4억원, 옵션 2억원 등 총액 15억원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서재응이 지난해 12월 KIA 타이거즈에 입단하며 받은 총 15억원(계약금 8억원, 연봉 5억원, 옵션 2억원)과 같은 액수다.

 김선우는 이날 계약서에 서명한 뒤 선수단과 상견례를 했으며 신변 정리가 끝나는 대로 팀의 일본 전지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선우는 “ 많은 관심을 가져 주고, 가치를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한다”며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우는 입단 기자회견에서 새출발에 대한 각오와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회한 등을 풀어 놓았다. 회견의 화두는 서재응, 아버지, 그리고 ‘32’란 숫자였다.

 ◆서재응=서재응(31·KIA)은 김선우와 허물 없이 지내는 오랜 친구이자 라이벌이다. 김선우가 복귀하면서 받는 돈도 앞서 돌아온 서재응에 맞춰졌다. 입단식에서 김선우는 “예전에 재응이와 이왕이면 실력이 있을 때 한국에 돌아와 잘해 보자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내가 마음을 정리하는 데 재응이의 복귀가 영향을 준 것이 사실이다”면서도 “재응이와 맞붙는다면 열심히, 재미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돌아온 두 빅 리거는 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팀의 주축 투수로 경쟁을 벌이게 된다. 김선우는 리오스가 빠진 자리를 메우는 동시에 국내 선수 중 팀 내 최선참 투수로서 리더를 맡아야 한다. 서재응도 에이스이자 군기반장으로 올해 KIA 마운드의 핵이다.

 과거 둘의 첫 대결은 고교 2학년이던 1994년 6월 서울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다. 1회전에서 김선우(휘문고)가 타자로 나서 서재응(광주일고)에게 결승타를 뽑으며 서재응을 울렸다. 이 대회에서 팀을 우승시킨 김선우는 최우수선수(MVP)와 우수투수상을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듬해 3학년생 서재응은 청룡기에서 우수투수상을 차지하며 팀을 정상에 올려 놓았다. 이때 MVP는 결승전 승리투수인 광주일고 2학년생 김병현이 받았다. 이후 고려대(김선우)-인하대(서재응)로 진학한 뒤엔 맞대결 기회가 좀처럼 없었다.  

 ◆아버지=20대 청년으로 태평양을 건넌 김선우도 세월이 흘러 두 아들(네 살 성훈, 두 살 정훈)의 아버지가 됐다. 젊음은 꿈을 향한 도전을 가능하게 했지만 메이저리그 5개 팀과 마이너리그를 떠돌았던 10년간의 생활은 가족의 희생을 요구했다. 지난해 두산이 45억원을 주겠다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던 그다. 그러나 자라는 두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김선우는 “그동안 내 삶이 중요하다고 욕심을 부렸지만 이젠 아이들에게 정착된 삶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등번호 32=김선우는 올해 너무나도 그리웠던 32번을 달고 뛴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32번은 그의 번호였다. 김선우는 “한국 나이로 서른 둘이 됐다. 힘으로만 승부했던 젊은 날과 달리 변화구를 섞는 완급 조절로 새로운 출발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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