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미국 새 대통령에 보내는 외교 조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클린턴 행정부 2기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사진) 조지타운대 교수는 “차기 미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면 미국의 안보도, 북한의 인권 개선도 다 놓치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8일 발표한 저서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합리적이고, 지적이며 정보를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내년 1월 취임할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대외정책을 조언하는 이 책에서 올브라이트 교수는 “2000년 평양 방문 당시 김 위원장과 얘기한 결과 북한의 안보와 경제 지원이 보장되면 김 위원장은 군사적 양보를 할 준비가 돼 있음이 명백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공식 만찬 도중 포도주를 따라 주는 웨이터들을 물러가게 해 경쟁적으로 술을 마시는 북한의 풍속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줬다”며 “그는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라고도 평했다.

올브라이트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대화를 거부하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충격을 먹고 외교를 재개한 끝에 겨우 클린턴 행정부가 이룬 핵 동결로 돌아왔다”며 “그 사이 북한은 핵무기 8, 9개를 만들 플루토늄을 확보했다. 이런 부담은 차기 대통령 어깨에 고스란히 지우게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막대한 인명 손실을 무릅쓰고 북한을 공격할 힘이 없다”며 “결국 (협상을 통해)김정일을 덜 위협적 존재로 만드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올브라이트 교수는 “미국은 한국을 해방시켜 줬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한국은 신미양요와 가쓰라-태프트 조약 등 미국에 대한 아픈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여전히 한·미 동맹을 중시하지만 미국에 끌려 다니는 관계는 원치 않는다”며 “미국은 동북아에서 (중국과)안정된 균형 유지에 노력해 역내에 긍정적 인상을 심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