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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이혼' 어쩔수 없다면 따져보고 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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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위의 눈을 의식해 참고 견디는 결혼생활도 불행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감정적으로 결정하는 이혼도 반드시 후회를 낳는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서는 '이혼 전 교육프로그램'이라는 색다른 강좌가 열렸다. '이혼 현실과 미래 더 생각해보기'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좌에는 이혼을 고려하고 있는 남녀 20여명이 참석해 이혼의 후유증에 대해 따져보는 시간을 가졌다.

상담소 측은 "이혼하는 상당수가 괴로움에서 벗어나겠다는 생각만 앞서 이혼 후유증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막을 수 있는 이혼은 예방하고, 이혼이 불가피하다면 후회가 없도록 준비를 철저히 하자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이혼여성들이 겪는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3년 전 이혼한 金모(37여)씨는 요즘 성급했던 자신의 이혼과정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고 '빨리 이혼해버리겠다'는 생각이 앞서 위자료나 양육비 협상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자신의 뜻대로 이혼했지만 전업주부였던 金씨가 위자료 3000만원을 들고 아들 한명과 살기에는 돈이 너무 부족했던 것.

사실 재판을 통하더라도 여성들이 받는 위자료는 1000만~3000만원선에 불과하다. 또 양육비도 보통 월 30만원 정도로 결정되므로 고정수입이 없는 여성의 경우 이혼 뒤 생활은 빈곤층 수준으로 떨어지기 쉽다.

세은상담심리연구소 김명순 소장은 "최근 이혼여성들을 대상으로 집단상담을 해보니 80% 정도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혼을 후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결혼정보회사 ㈜선우 이웅진 대표는 "전업주부는 직장여성에 비해 재혼 성사율도 낮다"며 "새출발을 위해서라도 경제적인 대비책을 갖춘 뒤 이혼을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이혼을 결심했다면 재산분할에 신경써야 한다. 이혼상담 인터넷사이트 '이혼클리닉(www.ihonclinic.com)'을 운영하는 이상석 변호사는 "법원에서 전업주부의 재산분할 비율로 30% 정도를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배우자가 자기 명의의 재산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바꿔 재산분할을 피하는 경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본격적인 이혼 준비에 들어가기 전에 부동산.가재도구.예금 등에 대해 가압류.가처분 신청을 해둬야 한다. 가압류.가처분 신청은 변호사나 법무사에게 20만~50만원의 작성.대행료를 내고 의뢰할 수 있다.

또 약속한 양육비 지급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에 대비해 이혼 전에 공증 문서를 만들어 놓는 것도 필요하다. 전 배우자가 양육비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을 때는 법원에 강제집행을 의뢰해 부동산 경매.월급 압류 등을 통해 밀린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다. 협의이혼의 경우 양육비에 대한 약속을 문서로 작성하고 '양육비 지급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판 없이 강제집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을 집어넣어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경제적인 문제가 일단락됐다 하더라도 자녀양육은 이혼가정의 가장 큰 숙제다. 부모의 극심한 갈등상황에 시달려온 아이들은 부모의 이혼 뒤 정서적인 안정을 찾기도 하지만 불신감.열등감.죄책감.불안감.무기력증 등에 시달릴 우려가 크기 때문.

자녀가 사춘기가 된 한부모 가정의 고민은 더욱 크다. 박진생 신경정신과 원장은 "여성들이 딸을 카운슬러로 삼아 냉정을 잃고 신세한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朴원장은 "이혼을 결정했을 때는 부모가 함께 자녀에게 이혼사실과 양육계획에 대해 설명하면서 부모.자식 사이의 사랑은 변함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부모의 갑작스러운 재혼은 아이에게 또 한번의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재혼과정은 아이에게 미리 설명해 정신적인 적응기간을 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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