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지진 경제파장 엇갈린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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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간사이(關西)지진으로 인한 일본경제의 위축이 우려된다.」 「단기적으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복구(復舊)특수가 예상된다.」 일본의 이번 대지진이 경제에 미치는 여파를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이들의 의견차는 그러나 새해를 앞두고 경제전문가들 사이에 연례적으로 이뤄지는 단순한 예측게임에만 머무르지 않는다.이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지않아도 멕시코 금융위기로 잔뜩 겁먹고 있는 국제금융시장의 가슴에 화살이 되어 꽂힌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최근들어 국제금융시장의 단기적 파동 폭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렇다면 간사이 지진은 일본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일까.긍정과 부정의 양쪽 판단이 너무나 팽팽해 무엇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알 수 없을 지경이다.
다만 다양한 전망을 두가지로 대별해본다면 일본내의 전문가들 견해가 비교적 낙관적인데로 흐르고 있는 반면 미국쪽이 비관적인편이다. 이는 일본 경제전문가들이 애써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싶지 않아서도 아니고 미국쪽이 애써 일본의 곤경을 고소해하기 때문도 아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지진을 투자 측면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2차대전 패전후 잿더미에서 일본 경제를 구한 것이바로 「한국전 특수」였다는 것은 이런 점에서 좋은 시사를 주고있다. 미국쪽은 투자보다 오히려 소비측면에서 사물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다.게다가 지난해의 캘리포니아 지진이 그 이후 특수를가져오기는 커녕 지금까지 계속되는 캘리포니아州의 장기침체에 주요 원인을 제공하고 있음을 예로 든다.지진 이후의 정 신적.물질적 여진(餘震)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얘기다.
일본쪽이 투자 관점에서 지진을 파악하고 있음은 각종 경제연구소의 전망을 봐도 금방 알 수 있다.
노무라(野村)연구소는 우선 이번 지진 피해가 4조~8조엔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한다.그러나 앞으로 약 10조엔에 이르는 대단위 공공투자가 이뤄짐으로 인해 일본 전체의 경기는 오히려 좋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통계적으로 볼때 일본경제는 피해지의 생산과 상업.유통정체등으로 앞으로 수개월간 국내총생산(GDP)이 0.3~0.8% 낮아지지만 약 2년간에 걸친 복구특수로 GDP를 1.5~2.9% 상승시켜 전체적으로는 올해에 0.5~1%의 성장 효과를 볼 수있다는 추산을 내놓고 있다.
도카이(東海)종합연구소 역시 앞으로 2년간 피해액의 2.5배에 이르는 10조엔의 복구특수가 생겨 총생산을 연율로 약 1%확대시킬 것이라는 대동소이한 분석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스위스의 바젤 소재 경제연구소 BAK는 일본의 올해 공업생산이 지진으로 인해 약 2.9%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특히 기계.전자 및 자동차 분야는 약 3.3%의 생산감소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하고 있다.「일본 경제의 볼륨 이 워낙 큰데다 전체적으로 물량이 남아돌 정도의 생산능력(잉여생산설비)을갖고 있다」는 일본쪽의 주장과는 판이한 분석이다.
비관론자들이 내세우는 또다른 암적 요소는 소비자들이 갖게될 「신뢰의 위기」다.이는 곧 일본 국내의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특히 소비에 미치는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게 이들의 논리다.
일본 경제는 어느덧 자신의 경제성장 요인을 투자에서 소비로 전환시켜 놓았다.GDP에서 차지하는 소비의 비중 역시 미국과 맞먹는 60%에 달하고 있다.이런 점에서만 본다면 미국쪽 매스컴이나 경제학자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게된다.
이처럼 일본 경제의 흐름에 세계가 일희일비하는 이유는 다름이아니다.일본이 전세계에 뿌려놓은 천문학적인 자금이 간사이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파장 여하에 따라 수축할 것이냐,아니면 팽창할 것이냐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李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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