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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95년에건다>설치미술가 金守子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천과 보따리의 설치미술가 김수자(金守子.39세)씨.95년을 맞아 그의 천조각들과 보따리가 세계 곳곳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지난해 연말(12월1~20일.갤러리「서미」)그의 제5회 개인전 「바느질해 걸어가기(sewing into wa lking)」는 울긋불긋한 나일론.반짝이.보따리들과 비디오영상이 담긴 모니터,그리고 CD플레이어를 통해 재생된 소리를 총동원한 설치.
행위전으로 연말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새해를 맞은 지금 그는 방배동의 스튜디오에서 올해 뉴욕의 특별기획전,나고야의 한일 작가전,서울 P.S.1작가전에서 한국여성의 토속적 미술세계를 펼칠 계획으로 또 보따리를 싸고 풀고 있었다. 뉴욕전에 2년전 제작한 바느질작품 2점을 출품하는 그는 자신을 꼭 여성주의 작가로 한정짓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그러나 『내가 여성이 아니었다면 결코 천과 보따리를 통한 작품활동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80년 홍대 미대졸업 이후 그가 바느질작업을 시작한 이유는 벽처럼 막아선 캔버스의 이면에 다다르고 싶다는 욕망 때문.고민하던 그는 어머니와 이불을 꿰매다가 천의 앞과 뒤를 넘나들며 싸는 작업(Wrapping)으로서의 바느질을 재발 견하게 된다. 또한 세계를 보고 싶어 시작한 78,79년의 일본여행,84,85년 파리 「에콜 드 보자르」수학에서는 한국인으로서의 독창성 없이는 작가로서 설 수 없을 것이라는 평소의 생각을 확인했다.이 생각의 확인속에 그는 어릴 때 군인이었던 아 버지를 따라 산촌 곳곳을 살아오며 보아온 토속의 「촌스러운」색을 기억해냈다.결국 그는 주위사람의 헌옷을 얻어모아 꿰매기 시작했다.울긋불긋한 한국적 색감의 천을 이어내던 그가 조각보같은 평면성을극복하기 위해 천뭉치들을 싸는 작업으로 다다른 곳이 보따리들.
평면성을 갖고 있는 보자기가 내용물을 싸는 행위를 통해 삼차원안에서 조형화되는 과정을 추구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삶에 대한 탐구와 맞닿아 있다.가난하고 병든자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에 남편과 상의해 결혼초인 84,86년2년간 소록도에 살며 나환자를 돌보기도 했다.소록도국립병원에서근무하는 남편 정염성(鄭濂星.43.정신과의사 )씨와 그들의 삶에 동참하고 싶었던 그는 자신이 『결국 예술로밖에 설 수 없음』을 확인한다.
이후 남과 나의 상처를 싸매는 바느질과 보따리싸기를 해오며 그는 『신체는 또하나의 보따리다.때묻은 옷대신 삶의 내용들을 담고 있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결론짓는다.9세된 아들이 하나있다. 〈徐廷信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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