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江의 다리 건설 英포로 日에 집단 손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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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2차대전 당시 일본군에 잡혀 포로수용소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렸던 1만4천명의 영국군 전역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2천8백억원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소송을 추진,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본군에 억류됐던 총 5만명의 영국군 참전용사들 가운데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이들은 몇해전 「일본 강제노동수용소 생존자 모임(JLCSA)」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이 단체의 대표단이 24일 일본으로 출발,현지에서 배상금 지급을 요구 하는 본격적인 법정투쟁을 벌일 예정이다.
이들의 대다수는 50여년전 인도차이나 지역의 전투에 참전,일본군에 붙잡혔던 포로들로 억류후 버마~태국간 4백60㎞의 철도공사와 구리광산 등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이들중 일부는영화로 잘 알려진「콰이강의 다리」건설 공사에도 동원됐다.당시 일본군의 대우는 최악이어서 포로 모두가 극심한 영양실조를 겪어야 했다고 이들은 회고하고 있다.게다가 형편없는 위생상태로 열대 전염병이 만연,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죽음의 철로」로 불리는 버마~태국간 철도공사는 공사에 투입된 4천여명의 포로 가운데 1백29명만이 살아남았을 정도로 엄청난 인명피해를 낳았었다.또 싱가포르 함락 과정에서 일본군에 붙잡힌 영국인 부녀자 중에는 위안부로 끌려간 경우 도 있어 이번 소송과정에서 그 실상을 폭로할 예정이라고 이들은 밝히고 있다. 종전후 살아남은 영국군 포로들은 1951년 체결된 배상조약에 따라 당시 화폐로 1인당 76파운드씩을 받았다.이를 현재화폐가치로 환산하면 1천파운드(약1백20만원)꼴.
그러나 당시 받았던 고통과 이에 따른 후유증에 비하면 이는 푼돈에 불과하므로 일본정부는 추가배상의 의무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이들은 일본정부가 적어도 1인당 1만6천파운드(2천만원)씩을 추가로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전적배상 못지않게 공개 법정에서 일본군의 잔학상을 낱낱이 폭로하는것도 이번 소송의 중요한 목적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일본 정부측은 1951년 조약에 따라 배상문제가 이미 매듭지어진 상태이므로 추가배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과연 1만4천여명의 영국군 전역자들이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겠지만 이번 소송을 계기로 일본군의 잔학상이또다시 만천하에 드러나게 될 것만은 틀림없을 것 같다.
[브뤼셀=南禎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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