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競馬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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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780년 5월4일 잉글랜드 서리州 엡섬 다운스에서 최초의 경마가 열렸다.더비백작(伯爵) 에드워드 스탠리가 마련한 이 대회엔 세살짜리 암말 36마리가 참가했다.대회 명칭은 백작의 이름을 따 더비라고 붙여졌다.
이것이 근대경마의 출 발이다.
영국(英國)에는 5개의 클래식 경마가 있지만 더비가 가장 인기다. 6월 첫째 수요일에 더비가 열리면 영국인의 절반이 마권(馬券)을 산다.윈스턴 처칠도 『총리보다 더비에 출주(出走)하는 말의 마주(馬主)가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클래식 경마와는 조금 성격이 다른 경마로 왕실(王室)이 주관하는 로열 애스콧이 있다.매년 6월 열리는 이 대회는 엘리자베스여왕을 비롯해 왕족과 귀족,그리고 상류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사교모임이다.참석자들의 면면(面面)과 그들의 화려한 의상이 나라 전체에 풍부한 화제를 제공한다.
19세기에 경마는 영국의 국민적 행사가 됐다.귀족에서 하층민까지 모든 계층 사람들이 경마에 뛰어들었다.경마장 주변에선 사기.음주.매춘.소매치기 등 갖은 악행(惡行)이 벌어졌다.정부는경마를 사회악으로 간주(看做),하층계급의 경마장 출입을 금지시켰다.하지만 경마의 인기는 줄지 않았다.경마를 사랑하고 내기를좋아하는 영국 국민들은 정부의 금지조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불법으로 마권을 파는 북 메이커들을 보호했다.
20세기 들어 경마인구는 더욱 늘어났고 의식수준도 크게 향상됐다.경마전문 저널리즘이 등장,경마를 건전한 레저로 이끌어간 것이 큰 힘이 됐다.
1960년 영국 의회는 「도박과 유희에 관한 법」을 통해 『일정 한계,일정 조건아래에서 도박은 합법』임을 선언,경마의 합법성을 인정했다.
요즘 경마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승부조작과 폭력조직 관련 의혹,그리고 정보유출 등 경마장 주변 비리(非理)가 끊이지않고 있다.경마는 스포츠.게임.도박 3요소가 종합된 이벤트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직 도박일 뿐이다.
지난 1년 동안 총5백50만명이 경마장을 찾았고 1조7천억원어치 마권이 팔렸다.엄청난 양(量)이다.하지만 경마의 질적 수준은 낮다.경마가 건전한 레저로 정착하게 되기까진 아직 멀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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