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경제 안정 속 성장으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중국 베이징(北京)의 왕치산(王岐山)시장은 지난 16일 베이징시 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베이징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하향 조정해 9%로 확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5% 성장에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 13일에는 중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광둥(廣東)성 지방정부가 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경제성장 목표를 크게 낮춘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광둥성 GDP 성장률은 13.6%. 이를 올해는 9%로 내려 잡기로 한 것이다. 성장 목표를 무려 30%나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해마다 전년 성장치보다 더 높은 성장률을 책정해오던 중국 지방정부들이 자진해서 성장 목표를 낮추는 것은 이례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 이후 추진해오던 고성장 전략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총리를 양축으로 하는 중국 4세대 지도부가 두자릿수 성장이란 성장 속도보다 '지속 가능한 성장'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22일 지방정부 관료들에게 물가안정을 주문하는 동시에 고용 창출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정책 목표로 제시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溫총리는 이달 초 철강.시멘트 등 일부 산업 부문의 경기 과열 양상을 경고하기도 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중국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주 베이징의 한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해 올해 중국 전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9.1%보다 2%포인트나 낮은 7%대로 내다봤다. 周총재는 특히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자동차.철강.부동산 등에서 감독, 규제 강화로 투자 과열을 적극적으로 잠재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변화는 4세대 지도부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중국의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허위 보고 파문 이후 단순한 고성장만으로는 사회 전체의 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지도부가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학 학회의 루쉐이(陸學藝)회장은 "중국의 사회 발전은 경제 발전에 비해 5~8년 뒤떨어져 있다"며 "胡주석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16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에서 '백성을 근본으로 하는(以人爲本) 전면.협조.지속적인 발전' 전략을 내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왜 개혁.개방을 하는가. 모두가 잘살기 위한 것 아닌가'. 지난 21일 장관급 이상 지도자들에 대한 새 발전관 교육 현장에서 溫총리가 강조한 말이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저장(浙江)성 후저우(湖州)시는 올해 간부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 GDP 부문을 아예 삭제하기로 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