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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천사 빈소년합창단 내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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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빈소년합창단은 해외 공연을 위해 100여 명의 단원을 네 팀으로 나눈다. 합창단을 거쳐간 작곡가들의 이름을 딴 팀 중 ‘브루크너’ 팀이 이달 내한했다. 11·12일 서울을 비롯, 6개 도시에서 공연한다. 단원 대열의 가장 오른쪽이 이 팀의 지휘자 요하네스 코발트. [연합뉴스]

6일 정오 인천공항. 25명의 빈소년합창단이 세일러복과 모자를 갖춰 입고 한국을 찾았다. 8~14세의 어린 아이들은 한 명도 떠들거나 장난치지 않았다. 입국장 문이 열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에게 집중됐다. 지휘자 한 명과 보모 두 명은 기숙사 생활로 잘 훈련된 단원들을 조용히 지켜봤다.

 정복을 입고 질서 있게 줄을 맞춰 입국장 문으로 들어서는 것은 1920년대부터 세계공연을 다닌 이 합창단의 전통이다. 지휘자 요하네스 코발트(37·Johannes Kobald)는 “510년 전통의 합창단인 만큼 어린 아이들도 자부심으로 가지고 규율을 지킨다”고 말했다. 가장 어린 단원인 막시밀리안 앙거(8·Maximilian Anger)의 경험을 통해 빈소년합창단 소리의 비밀을 알아봤다. 코발트가 7일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을 재구성했다.

 ◆노래를 좋아하니?=지난해 8월 앙거는 심사위원 앞에 섰다. 앙거가 처음 받아든 악보에는 간단한 음표 여러 개가 그려져 있었다. “여기 있는 음을 정확히 불러보겠니?” 이후 받아보는 악보는 점점 복잡해졌다. 처음 보는 악보를 빨리 익힐 수 있는지 알아보는 테스트다.

 평균 4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정기 오디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다음이다. “네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렴.” 앙거는 어머니에게 배운 동요를 불렀다. 지휘자 코발트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음악적 재능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노래를 불러보게 하면 어린 아이들의 감정이 거짓없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1주일의 적응기간=앙거는 250명의 친구와 함께 오디션을 통과했다. 다음 관문은 1주일의 기숙사 생활. 오스트리아 정부가 지원한 ‘아우가르텐 궁전’의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를 본다. 앙거는 2주에 한번씩 부모를 만날 수 있었다. 오전 6시 30분 일어나 아침을 먹고 오전에는 학과 수업을, 오후에는 음악 수업을 받았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도 없다. 갓 들어온 단원들은 약 6개월 동안 매일 두 시간씩 발성법만 배우는 단계를 견뎌야 한다.

 코발트는 “갓 8세가 된 아이들이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생각보다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디션을 통과한 아이들중 절반가량이 떨어져 나간다. 합창단 최종 인원인 100명이 추려지는 셈이다. 2주에 한번씩이나마 부모를 만날 수 있게 하는 것도 비교적 최근에 생긴 규칙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 외부 출입이 일절 금지됐다. 하루 일과 중 반 이상을 음악에 투자한 후 얻은 합창단의 소리는 ‘혹독한 훈련을 거친 천사들의 노래’로 불린다.

 ◆한해 11주를 외국에서=하이든·모차르트·브루크너·슈베르트 팀으로 나뉜 아이들은 1년에 11주를 외국 공연으로 보내야 한다. 앙거는 브루크너 팀에 배정됐다. 두 팀이 해외투어를 할 때 나머지 두 팀은 반드시 오스트리아를 지켜야 한다는 규칙도 있다. 인근 호프부르크 성당의 미사에서 매주 일요일 노래하는 것이 1498년 창립 이래의 전통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성당 3층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래해 ‘천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코발트는 “해외투어를 다니는 만큼 아이들의 관심사도 넓어진다”고 말했다. 졸업생 중에는 정치·외교 쪽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래를 계속하는 단원은 20% 정도에 그친다. 만 15세가 되면 앙거는 합창단을 졸업한다.  

김호정 기자

■숫자로 살펴본 빈소년합창단

-40대 1=정기 오디션의 평균
경쟁률

-510년=합창단의 역사

-300회=1년 공연 횟수

-50만 명=합창단이 1년에
만나는 전 세계 청중

-25세=최연소 지휘자의 나이(잦은 해외 공연 때문에 미혼인 지휘자를 선호)

■숫자로 살펴본 빈소년합창단

-12명=합창단에 소속됐던
작곡가(바흐·모차르트·
베토벤·슈베르트 등)

-43-1-216-3942=입단 오디션을 문의할 수 있는 전화번호
(한국인 지원가능)

 ◆공연메모=11·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3일 성남아트센터, 15일 거제 문화예술회관, 16일 김해 문화의전당, 17일 안양 문예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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