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창고 화재 참사] “우리가” “우리도” … 김영호 찾는 두 가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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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현장을 찾은 유가족들이 9일 불에 탄 창고 내부를 돌아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11시 경기도 이천시 시민회관 내 임시 사무실.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숨진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관계자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까지도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아 나이조차 확인되지 않은 김영호씨의 혈육이라며 두 가족이 나타난 것이다.

 이들 가족은 각각 김영호(59·경기도 의정부시)씨와 김영호(32·충북 보은군)씨를 찾기 위해 이천 시민회관을 방문했다. 어리둥절해하던 두 가족은 각각 희생자와 유전자(DNA)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에 참여했다.

 50대 김영호씨를 찾는 가족에선 딸 미애(23)씨가, 30대 김영호씨를 찾는 가족에선 아버지 부조(69)씨가 머리카락과 구강상피세포 등을 국과수 측에 제공했다.

양측은 희생자의 신체적 특징을 기록하는 설문지도 꼼꼼히 작성했다. 30대와 50대라는 차이가 있긴 하지만 두 사람 모두 키가 160㎝ 중반으로 비슷해 시신을 육안으로 살펴 식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국과수 측은 설명했다.

 남매를 데리고 먼저 도착한 50대 김영호씨의 부인 안미자(52)씨는 “이천 공장에서 보온 작업을 하는 남편이 지난 월요일부터 통화가 안 됐는데 나도 일을 하느라 이천에서 화재사고가 난 것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식당일을 하며 남의 밥을 챙겨주느라 신정에 휴식을 취하려고 집에 온 남편의 밥을 못 챙겨 줬던 게 한이 된다”며 울먹였다. 안씨는 “(작업 중에) 안전화를 신어 발은 멀쩡하지 않겠느냐”며 “내 남편은 발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30대 김영호씨를 찾으러 온 누나 화자(50)씨는 “연락이 끊긴 동생이 3년 전 집으로 전화를 걸어 이천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고 했었는데, TV에서 ‘김영호’라는 이름을 보고 동생이 아닐까 싶었다”고 말했다. 동생 김씨는 5년 전 다단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1억원이 넘는 빚을 지고 가족들과 연락을 끊었다고 한다.

 안미자씨는 “살아남은 사람에게 전화로 물었더니 ‘김영호씨는 집이 의정부인 50대였다’고 기억하더라”며 “남편이 희생됐을 것”이라며 흐느꼈다.

 국과수 관계자는 그러나 “DNA 검사까지 받아봐야 확실히 신원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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