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08미국대선] “이번 경선 최대 패배자는 여론조사기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로이터·조그비:힐러리 29%·오바마 42%, CNN·뉴저지대:힐러리 30%·오바마 39%, CBS:힐러리 28%·오바마 35%.

미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6~7일 발표한 뉴햄프셔주 여론조사 결과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5~13%포인트 앞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힐러리가 39%를 얻어 37%에 그친 오바마를 2%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온라인 정치 웹사이트인 폴리티코는 “뉴햄프셔주 경선의 가장 큰 패자는 여론조사기관”이라고 꼬집었다. CNN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조사 결과가 왜 틀렸는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 앵커인 울프 블리츠는 힐러리가 승리 연설을 하는 장면을 내보내면서 “힐러리가 저 자리에 있게 되다니 예상 밖”이라는 말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여론조사기관들이 빗나간 예측을 한 데는 다섯 가지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째, 여성들의 투표 성향을 잘못 조사했다. USA투데이·갤럽 조사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36%가 오바마를 지지해 힐러리 지지율(34%)을 웃돈다고 봤다. CNN·뉴저지대 조사도 힐러리와 오바마가 여성 표를 반분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성 유권자의 46%가 힐러리를 지지해 오바마 지지율(34%)을 크게 앞질렀다. 남성 지지율은 오바마와 힐러리가 2대1 비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힐러리 29%, 오바마 40%로 예상보다 차가 크지 않았다.

 둘째, 마지막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힐러리에게 많은 표를 던졌다. 유권자 10명 중 4명이 투표 3일 전까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 17%는 투표 전날까지 유동적이었다. 이들의 40%가 힐러리에게, 37%가 오바마에게 투표했다.

셋째, 상당수 무당파 유권자들이 마지막 순간에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예비선거에 참여해 매케인·허커비에게 투표한 것으로 분석됐다.

넷째, 흑인이 후보로 나왔을 때 미국 유권자들은 쉽사리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인종 차별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여론조사원들이 3일 아이오와주 승리에 흠뻑 젖은 오바마 지지자들의 열정에 감염돼 오바마 지지율을 과다하게 계산했을 수 있다.

정재홍 기자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당원은 물론 당적이 없는 일반인도 민주·공화 양당 중 하나를 택일해 투표할 수 있는 반폐쇄형(semi-closed) 프라이머리다. 이번에 민주당의 경우 당원 표는 힐러리 클린턴에게, 일반인 표는 버락 오바마에게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득표율은 힐러리 39%, 오바마 37%로 힐러리가 근소한 차로 앞섰다. 그러나 승자 독식 방식이 아니라 득표율에 따라 대의원을 나눠 주기 때문에 두 후보에게 배정된 대의원 수는 9명으로 같았다.

◆코커스(caucus)와 프라이머리(primary)=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는 대의원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대의원을 뽑는 방식은 두 가지인데 코커스(당원대회)와 프라이머리(예비선거)다. 코커스는 당일 저녁 당원들이 학교·교회나 큰 강당에 모여 후보자별로 공개적인 지지 그룹을 형성하고, 그 숫자에 따라 대의원 수를 결정한다. 프라이머리는 당원과 일반 유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비밀투표를 통해 대의원을 뽑는다. 미국 전역에서 코커스는 아이오와주가 가장 먼저, 프라이머리는 뉴햄프셔주가 가장 먼저 실시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