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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충청 집념엔 ‘아픈 기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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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국은행 간부들이 9일 오전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업무보고를 앞두고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이명박 당선인이 9일 서울 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국민 대화합과 경제 발전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이 고심 중인 총리 인선의 가장 큰 변수는 ‘충청’이다. 유력 후보로 검토되는 심대평(충남 공주) 국민중심당 대표와 이원종(충북 제천) 전 충북지사,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는 정운찬(충남 공주) 전 서울대 총장과 안병만(충북 괴산)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 등 후보들 중엔 유독 충청도 출신이 많다. 이 같은 이 당선자의 고민엔 ‘충청도에 관한 몇 가지 아픈 추억’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당선인과 충청도와의 서먹한 관계는 서울시장 재임 시절 시작됐다. 2004년 ‘서울시장 이명박’은 충청권으로의 수도 이전을 격하게 반대했다. 사람들은 “서울시장으로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헌법재판소의 수도 이전 위헌 결정을 이끌어 냈지만 여야 정치권은 국회에서 수도 이전이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건설이란 절충안에 합의했다. 당시 이 당선인은 “수도 분할은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쁘다”고 정치권 전체와 날을 세웠다.

 이후 대선 과정에서 “이미 시작된 이상 행복도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행복도시를 만들지 않는다는 루머에 속지 말라”고 호소했지만 행복도시 반대 전력은 그에게 두고두고 짐이 됐다.

 2007년 4·25 선거 때 한나라당 참패 뒤엔 “이명박·박근혜 공동유세 무산이 대전 보궐선거 패배의 원인”이라며 당이 부글부글 끓었다. 이때 이 당선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행복도시를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말했던 분과 어떻게 함께 유세를 할 수 있느냐”는 직격탄을 맞았다.

 경선 결과도 실망스러웠다. 대전에선 박 전 대표의 절반 득표에 그쳤고, 충청 전 지역에서 참패했다. 이후 이 당선인은 충청 지역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지난해 9월 경선 이후 첫 지방 행선지로 행복도시 예정지를 방문했다. 또 11월 말 공식 대선운동도 대전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대선 성적표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540여 만 표 차 대승’이 무색하게 대전과 충남에선 이회창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다가오는 4·9 총선에서의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한나라당의 공천탈락자와 범여권 인사들 일부가 ‘이회창의 보수신당’으로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예상되는 충남 예산이나 공주·홍성·연기 등 차령산맥 이남 지역에선 힘든 싸움이 예상된다. 지난 대선 때 이회창 후보에게 크게 졌던 지역들이다. “의석 과반수 확보로 국정의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이 당선인 측의 숙원을 위협할지도 모른다.

 ‘정복하지 못한 땅’인 충청권 공략을 위해 이 당선인 측이 쥐고 있는 카드가 인사와 정책 두 가지다. 충청 출신 인사들을 새 정부의 중요한 자리에 기용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등 충청 민심에 호소할 만한 정책 이슈들을 앞세워 길고 길었던 충청권과의 악연을 끊겠다는 것이다.

 한 측근은 “호남 지역이 전략적 투표를 한다면, 충청 지역은 전통적으로 이익 투표를 해 왔다”며 “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충청표를 휩쓸었듯 가시적 인사와 정책으로 충청 지역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신년 기자회견=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9일 “이 당선인은 정치적 고려 없이 일을 가장 잘하실 분을 총리로 인선할 것”이라면서도 “정치인이 완전히 배제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당선인은 14일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 총리 후보자는 기자회견 이전에 확정·발표될 전망이다.

 현재 총리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 중인 심대평 대표에 대해선 “이회창 전 총재가 추진 중인 신당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사람을 총리로 기용하는 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일부 측근의 반론이 있어 이 당선인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본인이 공개적으로 고사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변수다. 심 대표와 이원종 전 지사 외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충청 출신+행정형’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글=서승욱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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