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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통했다 … 힐러리, 예상 깨고 오바마에 역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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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8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근소한 차로 승리를 거뒀다. 힐러리는 39%, 오바마는 37%의 지지율을 얻었다. 1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오바마가 압승을 거둘 것이라던 미국 내 여론조사 결과들을 완전히 뒤집은 예상 밖의 승리다.

이로써 힐러리는 3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3위에 그쳤던 참패를 설욕하고, 향후 대선 가도에서 오바마와 치열한 레이스를 펼쳐 갈 동력을 얻게 됐다. 미국 정치사상 주별 경선에서 여성 후보가 승리를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러리는 이날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에게 “지난 한 주간 나는 국민 여러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국민을 최우선으로 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힐러리는 ‘경륜’을 강조했던 기존 선거 전략이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선거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는 등 전열을 정비할 계획이다.

 힐러리가 의외의 승리를 거둔 데 대해 CNN은 ▶여성 ▶경제를 우선시하는 유권자 ▶노조 조합원들의 표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AP 및 방송사들의 연합 출구조사 결과 힐러리는 여성 표의 47%를 획득해 오바마(34%)를 눌렀다. 아이오와에선 오바마가 여성 표의 다수를 차지했다.

뉴욕 타임스는 “경선 하루 전인 7일까지 마음을 못 정했던 많은 여성 유권자가 힐러리가 유세 도중 힘들다며 눈물을 비친 것을 보고 지지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철녀’의 이미지를 벗고 인간적 면모를 그대로 보여 준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저소득층, 65세 이상의 노년층, 등록된 민주당원들이 힐러리를 많이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바마에겐 ▶남성 ▶젊은 유권자 ▶무당파의 표가 몰렸다. 오바마는 이날 경선 후 힐러리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우리는 긴 싸움을 앞두고 있다”며 “어떤 장애물이 있더라도 변화를 원하는 수많은 국민의 바람을 꺾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공화당에선 존 매케인(39%) 상원의원이 미트 롬니(32%)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를 거뒀다. 아이오와의 승자인 마이크 허커비(11%) 전 아칸소 주지사는 3위를 기록했다

맨체스터(뉴햄프셔)=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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