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논단>日本 대지진의 교훈

이번 일본 간사이(關西)대지진과 같은 천재(天災)는 이 지구상 언제,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이러한 대자연의 섭리앞에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피해규모를 최소화하려는 사전대책마련과 피해복구를 효율적으로 하려는 사후처 리능력을 기르는 것이 고작이다.지진이 잦은 일본은 건물과 고속도로등 각종구축물의 내진(耐震)설계와 지진조기경보체제,그리고 지진발생시에대비하는 각종 훈련등에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집중해왔다.실제 일본인들은 이번 지진이 있기전까지만 해도 자기들의「철저한」지진대비체제에 상당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규모의 피해를 준 이번 대지진은 우리인간의 천재지변에 대한 사전대응력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를 보여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의 대지진은 일본인들은 물론이고 우리모두에게 천재지변에 대응하는 기본자세는 겸허해야하며,항상 최악의 사태를 염두에 두고 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고보아야 할것이다.한국도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일본을 포함하는 외국의 경험과 사례를 기초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진대비 방안을 마련해야 할것이다.이와 아울러 특히 우리는 사후처리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본정부,언론,그리고 일본국민들의 성숙성과 위 기관리능력에 주목할 필요가있다.너무 엄청난 불의의 사태에 대응하는 일본정부의 의연하고 당황하지 않는 자세,흥분하지 않고 사실보도에 충실한 일본언론의성숙성,그리고 일본국민,특히 이재민들의 흐트러짐없는 질서의식과상부상조하는 모습은 『사고는 있었으나 사건은 없었다』는 현장의어느 기자눈에 비친 그대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이런 측면이야말로 선진국진입의 문턱에 와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모두가 「후진국티」를 벗는데 필요한 값진 교훈인 것이다.
천재든,인재든 사태가 터지면 철저한 요인분석과 적절한 사후수습책을 강구하기 이전에 우선 희생양을 찾는데 국력을 낭비한후 졸속대응으로 고비를 넘기고 곧 잊어버리는 우리의 후진국적 습성에서 벗어나기위한 좋은 교훈이라는 것이다.
이웃나라가 당한 피할수 없는 천재를 보며 우리모두가 다짐해야할 또 한가지 측면은 인재를 예방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있다면 인간의 힘으로 예방이 가능한 인재라도 줄여야 할 것아닌가. 일찍이 후진국개발이론의 대가인 앨버트 허시만교수는 후진국에 있어서 가장 희소한 자원은 어느 분야에서나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주장한바있다.특히 그는 기계나 구조물이 그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유지하기위해 필요한 적 절한조치는 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았다.그결과 기계나 구조물은 서서히 그기능이 저하되면서 문제가 축적되어 결국 그기능이 제대로 되지않거나 사고가 생기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있었던 성수대교사고와 도시가스폭파사고는 바로 그좋은 예가 아니겠는가.우리는 지난 30여년간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후진국(듣기좋게 말해 개도국)이었고 아직도 우리는 선진국대열진입을 목전에 두고있는 수준의 나라에 불과하다.따라 서 아직도 우리는 오늘날 선진제국이 갖고있는 정도의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한 나라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이러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있는 제도적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예를들면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법규와 제도는 도입하는것이 필요한 것이다.안전띠 착용 의사결정을 강요하는 법규와 위반시의 범칙금 부과하는 제도 도입이후 이제 운전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안전띠를 착용하게되지 않았는가.우선 모든구조물의 설계와 감리,그리고 유지.보수규정과 제도를 오늘날의 선진국 수준 으로 개선하고,기존의 주요구조물의유지.보수 내지 보강.보완 필요성 여하를 총점검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최근 서울시가 한강의 모든교량을 총점검한것은 성수대교사건이 강요한 중요한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긴하나 꼭 필요한 일이고 잘한 일이다.그러나 더욱 중요한것은 정규적인 점검을 통한 적절한유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질 수 있는 제도의 도 입이다.그렇지않으면 또 다른 사고가 있을때까지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확률이 높기 때문이다.이웃이 당하는 엄청난 천재를 보며 우리의인재를 줄이고 「후진국티」를 벗을 수 있는 교훈을 얻을수 있다면 그이상의 불행중 다행한 일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