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1억 집’ 으로 8천만원 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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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따라 대출 이자가 바뀌는 변동금리 대출이 대세였다. 하지만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사정이 바뀌었다. 최근엔 고정금리 대출이 인기다. 또 시중 금리가 아무리 올라도 적정선 이상으로는 대출 이자가 오르지 않는 금리 상한 상품도 등장했다. 보증보험 회사가 보증을 서 구입 주택의 80%까지 대출해 주는 ‘모기지(저당)보험 대출상품’도 선보였다.

◆집값의 80%까지 대출=정부는 투기 억제를 위해 비투기 지역에서 집을 사면 집값의 60%까지만 대출이 가능하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모기지보험을 이용하면 집값의 80%까지 돈을 빌린다. 2000만원만 있으면 1억원짜리 집을 산다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의외로 쉽다. 1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맡기면 금융회사는 종전처럼 6000만원을 빌려 준다. 다만 대출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면 금융회사는 2000만원을 더 꿔 준다. 보증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대출자가 2000만원을 갚지 못하면 보증보험회사가 이 돈을 대신 갚아 주기 때문이다. 보증보험 가입은 은행 등 금융회사가 대신해 주지만 대출자는 보증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공짜가 아닌 것이다.

신한은행은 집값의 60%가 넘는 대출 금액에 대해 액수에 따라 0.1~3%의 보험료를 미리 받는다. 교보생명과 우리·하나은행은 보험료를 대출 이자에 포함시킨다. 하나은행은 판촉을 위해 올 상반기까지 이 상품을 이용하는 고객에 한해 보험료를 면제해 준다.

단점도 있다. 이 상품은 투기 지역의 집을 살 때는 적용되지 않는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대부분이 투기 지역으로 묶여 있기 때문에 이들 지역의 집을 살 때는 모기지보험을 이용할 수 없다.

비투기 지역에서도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 85㎡ 이하의 집을 살 경우에만 이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또 소유권 이전등기를 한 뒤 3개월 이내에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신한은행 상품을 제외하곤 대출자 본인이 담보주택에 반드시 거주해야 하는 조건도 붙는다.

하나은행 전호영 과장은 “모기지보험은 무주택 서민에게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따라서 국민주택 규모 이상의 집으로 옮겨 가거나 주택을 한 채 더 갖기 위한 용도로는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한·고정금리 대출=금리 상한 대출 상품은 CD 금리가 오르더라도 일정 기간은 금리 상승분을 반영하지 않는다. 일종의 고정금리 대출과 비슷한 것이다. 대신 금리가 내리면 대출 금리도 내려간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 후 3년 또는 5년간 금리 상한을 설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20년 또는 30년짜리 장기 대출을 선택할 경우에만 금리 상한이 적용된다.

국민은행은 이달 중 CD 금리가 올라도 최장 5년까지 대출 시점보다 금리를 올리지 않고, CD 금리가 떨어지면 금리를 낮추는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선보인다. 또 이 은행은 대출 금리의 상하 변동 폭을 고정한 상품도 판매할 예정이다. 금리 인상 폭은 대출 시점 기준으로 0.05%포인트 이내, 인하 폭은 0.1%포인트 이내가 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유사한 상품을 곧 출시한다. 대출 금리 상승 폭은 설정 기간에 따라 ▶1년 0.25%포인트 ▶3년 0.5%포인트 ▶5년 1.0%포인트 ▶10년 1.5%포인트로 제한된다. 또 CD 금리가 떨어지면 대출 금리도 내려간다.

고정금리 대출은 현재로선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이 거의 유일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현재 1조원의 자금이 모두 소진돼 판매를 중단했다. CD 금리가 급등하면서 고정금리 상품을 찾는 대출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시 자금을 마련해 고정금리 대출 상품의 판매를 재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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