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생기를살린다>18.단전호흡 下.無爲觀照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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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氣의 종주국이라할 한국.중국.일본은 얼핏 외견상 비슷한 것 같지만 자연(自然)에 대한 관점에 차이가 있다.
그것은 기질적인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인들은일반적으로 자연을 극복하고 초월하려는 성향이 강하고,일본인들은자연을 모방하면서 축소해 소유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반면 한국인들은 자연에 순응하면서도 가능한한 자연과 인간 사이의 거리를 줄이거나 더 나아가 아예 구분을 없애 자연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을 거듭해 왔다.
자연에 대한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기본생활인 의.식.주에 영향을 미쳐 중국의 경우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진시황의 유적등 인간을 위압하고 자연에 필적할 만한 웅장한 규모의 건축물로 나타난다. 최근 국제 영화계에서 주목받고있는 중국계 무협영화에선 주인공이 하늘을 날아 나무나 집들을 뛰어넘는가 하면 천둥.번개를 만들어내는 초자연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반면에 한국과 일본인의 기질차이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벗인 정원에 관한 관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식정원은 세계적으로 이름이 높은데 정원의 구조라는 게 특정공간에 자연의 일부분을 축소하되 여백을 최대한 존중한,재배치를 통한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일본식 정원(庭園)은「園」자가 담(口)으로 갇혀있는 형국이고한국식 뜰개념의 정원(庭苑)은 「苑」으로 열려있는 공간을 의미하고 있다.
다시말해 우리 조상들은 주산(主山)인 뒷산을 울타리 삼고,마루에 올라서서 또는 방문을 열어젖히기만 해도 내다보이는,시원하게 펼쳐진 들판과 저멀리 안산(案山)까지 모두 정원으로 삼았다는 뜻이다.
이처럼 자연과 선을 긋지 않는,말 그대로 자연스러운 것을 최고로 삼는 문화적 특징은 자기완성을 목표로 하는 수양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앞서 설명했듯 기의 밭인 단전(丹田)을각성시켜 깨달음에 도달코자하는 한국식 수단(修丹 )또는 연단법(練丹法)은 크게 나누어 의념(意念)위주,호흡위주,의념과 호흡의 병행등이다.
그러나 자연 그 자체와 하나가 되려는 합일(合一)사상은 단전호흡법에도 그대로 적용돼 입문과정에서 호흡이나 의념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독특한 방법을 만들어냈다.
선법(仙法),무위의수법(無爲意守法),자율호흡법(自律呼吸法)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관조법(觀照法 또는 內觀法이라 하는데 편의상 관조법이라 부른다)이 바로 그것인데 이러한 연단법도 물론 일정 수준에 오르면 결국「의식을 걸어야」하기때문에 의념이 완전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긴 해도 기공의 세가지 요소인 조신(調身).조식(調息).
조심(調心)을 거치게 되는 입문과정에서 철저하게 인위적인 요소들을 배제하고있어 중국이나 일본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이 방식은 어설프게 배운 단전호흡에 관한 짧은 지식을믿고 나름대로의 수련을 계속하다가 기혈상기(氣血上氣)및 기체(氣滯)로 인해 두통.불면증.만성소화불량.만성설사등 부작용(偏差)을 겪고있는 수련자들에게 치료를 겸해 다시 시작 할 수있는 수련법으로 권장할만 하다.
관조법은 우선 통풍이 잘되는 복장에 약간 낮은 베개를 베고 딱딱한 바닥에 누워 시작한다.
첫번째 단계는 온 몸의 긴장을 푸는 일이다.
머리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고 다음은 목.어깨.몸통순서로 조금씩 흔들어 가장 편한 자세를 잡는다.
특히 얼굴에서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은 미간(眉間)으로 신체 부위별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의식때문에 끝까지 긴장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식 기공에선 긴장을 푸는 일을 방송(放송)이라 하고 기공법으로 체계화해서 방송공(放송功)이라고 한다.
두번째로 해야할 일은 완전히 긴장이 풀렸는지 확인한후 조용히단전이 위치한 하복부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한다(意守丹田).굳이 단전의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해도 상관없다.
본격적인 내관과정인데 중국에서는 유위의수파(有爲意守派)와 무위의수파(無爲意守派)가 치열한 대립관계에 빠진 적도 있을 만큼격론을 벌였으나 중국인답게『유위속에도 무위가 있고 무위속에도 유위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 채 끝을 냈다.
「잡념때문에 입정(入靜)이 곤란하니 단전에 숫자를 그리거나 또는 따뜻한 햇볕이 단전에 비춘다.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고 있다고 상상한다」는 것이 유위의수파의 주장.
그러나 관조법은 단연 무위쪽을 주장한다.
「觀」이라는 글자가 「볼 관」인 만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으면 우리의 몸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과정을 거치도록 해준다는논리다. 어쨌든 매일 일정시간 입정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위한 기공수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데(시리즈 8회 기사참조)입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입안에 고이는 타액,곧침의 양이 많아지는 것으로 알 수 있다.
침은 예부터 감로(甘露)라 해서 중요하게 생각되어지는데 입정상태가 깊어질수록 침이 많아질뿐 아니라 혀로 느끼는 당도(糖度)도 점점 진해진다.
이 침을 계속 삼키는 것만으로도 한달 정도면 웬만한 위장병증세는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처음엔 누워서 수련 이 과정이 지나면 단전에 따뜻한 온감으로 시작되는 열기(熱氣)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가부좌(跏趺坐)또는 결가부좌(結跏趺坐)수련을 시작하는데 힘들면 병행한다.
단전호흡뿐 아니라 기공법에서도 초기에는 누워서(臥수련),다음은 앉아서(坐수련)그리고 마지막에 서서 하는(立수련)단계를 거치는 이유는 의식이 집중되는 위치가 단전이나 발바닥의 용천(湧泉)처럼 낮은 곳일 경우 호흡수.맥박수등이 감소된 상태에서 혈압마저 떨어져 순간적인 빈혈상태에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좌수련을 고집하는 일부 지도자들은 저혈압환자들에게는 처음에 중단전의수법(보통 말하는 제하단전을 下단전,가슴아래 명치부근을 中단전,印堂穴부근을 上단전이라 부르기도 한다)을 가르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음은 기가 저절로 운행(運氣)되면서 기타통(氣打通)을 위한진동,탁기(濁氣)배출을 위한 소리지르기등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데 이 모든 것을 그저 몸이 시키는대로 행하면서 바라만 볼뿐 의도적으로 확대시키거나 중지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있다. 우리 몸이 자연이라면 그저 물이 흐르는 것을 사람이 막을 수 없듯 기가 흐르는 것도 자연의 순리에 따를뿐 인위(人爲)의 동작이 되어서는 안된다는「우리식 철학」이 그대로 배어있다. 〈金仁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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