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시기 뒤엔 DJ견제카드-與圈 잇딴 회유제스처의속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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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청와대와 민자당내 민주계가 김종필(金鍾泌)前대표 붙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집권 핵심세력의「JP 모시기」가 과거 어느때보다 극진해어리둥절하기까지 하다.JP를 당대표에서 끌어내리려던 때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것이다.
이런 민주계나 청와대의 JP붙들기는 진심일까,아니면 비난을 좀 면해보자는 예우차원일까.金前대표를 흠집내고 압박할 때는 언제고 지금와서 붙드는 이유와 속마음이 무엇인지 관심사다.
JP 붙들기는 19일 아침 그의 당 대표직 사퇴발표 직후부터나오기 시작했다.기자들이 향후 조치문제에 관해 묻자 청와대측은『전당대회때까지는 대표권한대행 체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결별의 수순이 시작되는가했다.
그러나『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金대표와 정치적 인연을 끊거나金대표가 당을 떠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말로 바뀌었다.이어『金대통령께서는 金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멋지게 치러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사퇴의사를 표명해「안타까워」하셨다』는 「뜻밖의」표현도 첨가됐다.
이때만해도 이런 움직임이 JP를 밀어내는데 따른 당안팎의 부작용을 염두에 둔 제스처 정도로 받아들여졌다.그런데 20일에는金前대표에 대한 당잔류 희망표시가 좀더 구체화됐다.金前대표를 자극하는 발언은 사라졌다.문정수(文正秀.부산북갑 )민자당총장은金前대표의 탈당을 만류한다는 명목아래 그의 청구동 집을 찾았다.21일엔 강재섭(姜在涉.대구서을)총재비서실장이 청구동을 방문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金前대표에게 金대통령의 환송인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
姜실장은『金대통령께서는 金대표가 사퇴한다고 했지만 사퇴서를 수리하기 전엔 민자당대표로 생각하시는 듯 했다』면서『金대통령은金대표의 당무집행을 저지하려 했던 당4역의 태도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보는듯 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姜실장의 발언내용은 상당부분 자의적 해석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날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金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를 읽은데서나온 것으로 보인다.
金대통령은 당의 세계화를 주문하면서 자연스럽게 JP가 물러날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그러나 이런 기류를 눈치챈 최형우(崔炯佑)前내무장관이 JP퇴진을 일찍 흘리는 바람에 그 뒤의 수순이 꼬여버렸다는 얘기 다.
그리고 JP의 반발이 시작됐고 당의 세계화가 마치 그를 몰아내기 위한 명분 정도로 평가절하된데 대해 金대통령의 심기가 편할 수는 없다.JP밀어내기 방식과 과정에 대한 비판여론도 쌓이기 시작했다.
이런 현상은 현 집권층이 金前대표를 외면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金前대표가 탈당해 신당을만들 경우 지역당이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에 상당한 타격을줄 수 있다는 점도 신경쓰게 하는 대목이다.
***名分축적 아닌듯 金대통령은 또다른「토사구팽(兎死狗烹)」이란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도 JP의 당잔류가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같다.또 金前대표에게 충분한 예우를 했다는평판을 쌓으려는 의도도 깔린 듯하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金前대표의 탈당에 대비해 단순히 명분축적을하자는 것만은 아닌 분위기다.
金前대표에게는 지자체선거 이후 김대중(金大中)亞太평화재단이사장이 민주당의 전면에 등장하고 차기 대권후보로 부상할 경우 집권당내 대안부재론 때문에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청와대나 민주계는 이런 상황의 가능성을 은근히 金前대표에게 시사하려하고 있다.물론 JP쪽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이 金前대표의 귀국(25일)이후에도 계속될지 주목된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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