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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북녘동포>3.난무하는 유언비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남조선엔 잠들면 꺼지는 녹음기도 있다더라.』 귀순자들의 거의가 간직한 소문이다.
회령의 22호관리소(정치범수용소)경비대하사 안명철(安明哲.26)씨는『남조선의 아리랑 자동차가「최고속으로 달려도 찻잔이 움직이지 않는다거나 운전수가 술을 마시면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한다.
아리랑 자동차는 승차하려고 문앞에 서면 자동으로 열리고 앉으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던 귀순자들도 꽤 많았다.남쪽에 없는 승용차 이름이 있는 것인양 소문나는 북한 실정은 한마디로 정보의 암흑지대다.
주민들은 가까운 사람끼리 삼삼오오 모일 때면 은밀히 바깥세상얘기를 나눈다.소련.동구권의 붕괴와 89년 7월의 평양축전을 겪으면서 외부소식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바깥 세상에 대한 관심은「카더라」방송을 발전시키고 있다.안주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탄산소다공장 사로청위원장 백영길(白榮吉.
25)씨는『전연지대(전방)의 소식도 출장원이나 군인들을 통해 하루 이틀만에 안주까지 전달된다』고 확인했다.그 만큼 사실과 억측이 소문으로 돌아다닌다.
이런 소문들의 진원지는 매우 다양하다.외교관.유학생.무역일꾼.재소임업노동자.고위간부.북송교포등 내국인과 연변조선족 보따리장수들,방북(訪北)해외 동포들이다.
남쪽의 사회교육방송을 은밀히 듣는 사람들이 적지않게 늘어나고있다.이들은 남쪽에 대한 그릇된 정보 유통을 굳이 바로잡지 않는다.자칫 자신의 비밀이 탄로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의 1,2,3,4面은 늘 판에 박은 국내소식이어서 인민들은 5,6面의 남조선및 국제뉴스만 본다.
TV뉴스는 1주일 내내 같은 뉴스를 반복,비디오라 불리기 때문에 카더라방송은 전파속도가 빠르고 거짓도 사실인양 유포된다.
주민들은 그러나 입을 잘못 놀려「말반동」으로 몰려 정치범수용소에 가는 것을 가장 꺼려한다.그래서 형제간이나 마음이 통하는친구.동지끼리만 깊숙한 대화를 나눈다는 게 중국 남경하해(南京河海)대학유학생 이정철(李正哲.27).진광호(秦 光鎬.27.북송동포2세)씨등 귀순자의 일치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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