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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종부세 감면 시기 “시장 상황 좀 본 뒤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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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고민하고 있다. 1가구 1주택자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감면 정책을 놓고서다.

 집 한 채를 오랫동안 보유한 사람이 부담하는 양도세와 종부세를 줄이겠다는 것은 이명박 당선인의 공약이다. 그 덕분에 대선 때 서울 강남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종부세는 집값(공시가격) 중 6억원을 넘는 부분에 1~3%의 세율을 적용하는 국세다. 노무현 정부가 비싼 집에 많은 세금을 매겨 투기를 잡겠다고 만든 세금이다.

 하지만 투기와는 무관하게 집 한 채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사람도 매년 종부세를 내야 한다. 이 가운데는 늘 생활이 빠듯한 봉급생활자가 많고, 소득이 없는 은퇴 고령자도 있다. 빚을 내서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불만이 쏟아지는 이유다.

 종부세가 무서워 집을 팔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다. 양도세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집을 한 채만 갖고 있어도 6억원 초과분에 대해 최고 36%의 양도세가 부과돼 ‘팔고 싶어도 세금 때문에 못 판다’는 소리가 나온다. 퇴로가 막히면서 부동산 거래도 위축됐다.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는 인수위는 처음에 감세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로 강만수 전 재경원 차관이 임명되자 감세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졌다. 강 간사는 ‘낮은 세율’을 강조해 온 조세 전문가다. 시장이 원활히 작동되려면 세금이 적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그는 1994년 세제실장 당시 양도세율은 물론 소득세·상속세·증여세율을 낮췄다. 강 간사는 “종부세를 내느라 재산을 줄이는 것은 과세 원칙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곽승준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위원도 “침체한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수위는 장기보유특별공제 제도를 확대해 양도세 부담을 줄인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집을 15년 이상 보유한 뒤 팔면 양도소득세를 45%까지 깎아 준다. 인수위는 이 공제율을 최대 60%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또 종부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과세 기준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올리는 방안도 검토했다.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복병이 나타나면서 인수위의 고민은 시작됐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인 것이다. 서울 개포동 42.9㎡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중순만 해도 7억6000만원이었지만 8억원으로 올랐다. 서울 대치동 102㎡ 은마아파트는 대선 후 보름여 만에 2000만원이 뛰었다.

 한국부동산정보협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0.09% 올라 3주째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0.21%)는 더 올랐다. 개포동 우정공인 김상열 사장은 “집값이 뛸 것이라는 기대로 매물이 쏙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이 당선인 측은 꺼냈던 말을 거두기 시작했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2일 “1가구 1주택이나 장기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완화할 계획이지만 필요하다면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강만수 간사도 7일 “현 제도를 1년 정도 지켜보고 (개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8일 인수위 경제2분과 최경환 간사는 약간 다른 말을 했다. 그는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를 단계적으로 완화할 것”이라며 “양도세 숨통을 터 줘야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수위 내에서도 입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동향에 따라 양도세와 종부세 감면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 경제부처에서는 양도세 감면이 이르면 올 하반기, 종부세 조정은 내년 이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새 정부가 주택 공급을 확실히 하겠다는 계획이 있다면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금 감면은 빠를수록 좋다”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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